어느 한 인물을 평가함에 있어서 늘 조심스러운 마음이 든다. 더구나 나처럼 얄팍한 지식의 사람은 더욱 그러하다. 그렇지만 때때로 한 문장으로 인해 감동을 받으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공성신퇴라는 뜻은 공을 세우고 이룬 뒤에 몸은 물러난다는 뜻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때 범려는 월왕 구천을 도와 오나라를 멸한 후 미련 없이 그 자리를 떠난다.

범려가 생각하기에 이미 목적을 달성한 월왕이 고생은 같이 할 수는 있어도 부귀영화를 함께 나누어 줄 그릇은 아니라고 범려는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신은 유방의 개국공신이다. 그러나 떠나지 않고 권력을 탐하다가 300년 전 범려가 말한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당하며 죽임을 당한다. 반면에 유방의 전략가인 장량은 공성신퇴했다.

노자 연구가인 야오간밍 교수는 공성신퇴가 반드시 은거한다는 말은 아니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은 자신이 세운 공을 핑계 삼아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적극적 해석이란다.

처음 공성신퇴라는 말을 듣고 은자가 되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은자도 여러 종류가 있다고 한다. 3회 보령 인문학 페스티벌에서 노자 연구가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

무엇 먹고 사느냐.’는 질문에 대체적인 은자들은 ‘여유로운 백수’라는 말을 했다.

난 웃으며 앞의 회원님께‘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일이 아닌가.’하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웃음으로 내게 답을 했다.

가끔은 범려와 같은 사람, 한신과 같은 유형의 사람을 보기도 한다. 때때로 내게서도 이 두 가지 유형을 가지기도 한다.

범려와 장량은 지혜로운 사람들이다. 먼저 그 지도자의 품성을 정확하게 판단한 것 그 첫째이다. 두 번째는 정확한 판단에 따른 그의 행동이 대단하다.

만약 내가 범려나 장량과 같은 위치라면 재빠른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청년 시절 한 강사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사자 지도자에 사슴 졸병들과 사슴 지도자에 사자 졸병들의 전쟁이 벌어진다면 누가 이기겠느냐’는 질문이었다.

손을 들어서 답을 하란다. 그때 문득 생각하기를 지도자가 당당하고 자신만만하다면 겁날 것이 없다는 생각에‘사자 지도자에 사슴 졸병’에 손을 들었다. 손을 든 사람은 그다지 없었다.

그리고 강사님은‘사자 지도자에 사슴 졸병이 이긴다.’라며 설명을 했다. 지도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스물일곱 여덟에 들은 말이었지만 지금도 그 말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때때로 누군가의 밑에서 일을 해야 할 때는 이 생각을 많이 했다. 지도자가 어떤 사람인가를 말이다. 함께 나눌 수 있는가 하고 말이다.

살아오면서 절실하게 느끼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나 나름의 지도자 판단은 첫째가 ‘덕’을 꼽았다. 무조건 부드러움이 아닌 카리스마가 넘치는 지도력이 있는 덕을 보고자 했다.

아래 사람에 대한 인내와 포용을 가진 사람, 그리고 잘못에 대해서 정확하게 짚어주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러면 피차간에 팽을 당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두 번째는 대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인가를 생각했다. 일을 하다보면 소소한 갈등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대화로 풀어주는 그런 지도자를 많이 생각했다.

세 번째는 유머를 생각했다. 신경 날카로워지는 상황에서도 한 번쯤은 여유롭게 생각해 재치 있게 넘어가는 지도자를 생각했다.

마음이 한없이 외로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나도 이런 지도자의 모습을 꿈꾼다.

-아동문학가 김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