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희의 문화산책] 나무 그리고 박애(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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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희의 문화산책] 나무 그리고 박애(博愛)
  • 입력 : 2023. 01.11(수) 10:16
  • 정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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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희(시인, 소설가 · 극작가 · 사진작가 · 예술인협동조합 ‘이도의 날개’ 창작동동체 대표 · 세종행복도시필하모니오케스트라 대표)
나무는 줄기나 가지가 목질로 된 다년생 식물. 목본식물을 말한다. 나무와 풀의 구별은 줄기의 계속되는 비대생장(肥大生長)으로 파악될 수 있다. 즉, 나무의 줄기는 땅 위로 계속 높게 자라며 그 굵기는 해마다 증대해 나가지만, 풀의 줄기는 일 년이라는 한 계절 동안만 자랄 뿐이고 겨울을 지나는 동안 지상부는 죽고 만다. 하지만 나무가 무엇인지는 누구나 다 알지만, 막상 엄밀하게 정의되지 않는 식물의 분류이다. 다양한 나무들을 보면 나무들끼리 서로 유전자상의 공통점이 많이 있을 것 같지만, 실은 나무들은 다양한 식물들이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서로 독립적으로 도달한 이상적인 형태이다. 즉 수렴 진화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나무들이다. 예를 들어 참나무는 유전자로 따져보면 세콰이어 나무보다 오히려 민들레와 더 가깝다.

나무는 흔히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단일 생명체라고 알려져 있다. 일견 가장 큰 단일 생명체라는 Armillaria ostoyae라는 버섯은 단일 개체인지 불분명하거니와 무게는 605톤 정도밖에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거대한 나무로 손꼽히는 미국의 제너럴 셔먼 나무의 키는 현재 83.8m, 추정 무게는 1938년 당시 1,910톤에 달한다. 심지어 이 나무는 2200년을 살았다고 한다. 나무는 비단 인류뿐만 아니라 다른 동식물들의 생활 터전이 되기도 한다. 새들의 집이나 동물들의 먹거리, 야생동물들의 쉼터, 죽은 나무를 양분으로 한 또 다른 식물, 균류들 등 다양한 존재들의 생존 환경을 제공해 준다.

우리 민족은 삼국시대부터 오늘날까지 몇몇 수종의 나무에 크게 의지하여 생을 영위해 온 역사가 있다. 아마 소나무류와 참나무류일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땔감과 구황식품(救荒食品), 그리고 생활용품의 공급에서 큰 구실을 하였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16년(1434) 조에 “경상도진제경차관이 계를 올려 말하기를 구황식품으로 상수리나무 열매가 으뜸이고 소나무 껍질이 그다음입니다······(慶尙道賑濟敬差官啓 救荒之物 橡實爲上 松皮次之……)”라는 기록이 있고, 세조 1년(1455) 조에도 비슷한 내용의 기록이 있으며, 우리나라의 도토리 식품 가공법은 일본에까지 전수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또한, 우리는 어느 민족보다도 나무에 얽힌 사연들이 많다. 담장에 찔레나무를 올리면 호상(虎傷)이 염려되고, 복숭아나무는 귀신이 무서워하기에 집안에 심어놓으면 조상의 영혼을 쫓아버려 좋지 못하고, 자귀나무를 심어놓으면 부부간의 애정이 더해지고, 엄나무는 나쁜 귀신을 물리치며, 석류나무를 심으면 자손이 많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있다. 나무는 비단 인류뿐만 아니라 다른 동식물들의 생활 터전이 되기도 한다. 새들의 집이나 동물들의 먹거리, 야생동물들의 쉼터, 죽은 나무를 양분으로 한 또 다른 식물, 균류들 등 다양한 존재들의 생존 환경을 제공해 준다. 이쯤에서 소나무 이야기 한마디 안 할 수 없다. 너무나 많은 신세를 소나무에게 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선충병이 창궐하여 방재작업의 노력도 무위로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기우이기 바란다.


《나무학교》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 놓을 때
사랑한다! 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 하며 숲을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또 하나의 울림이 있다. 수많은 헌혈과 불우한 이웃에게 박애(博愛)를 아끼지 않는 서울의 새움교회 나무 이재우목사가 어느 봄날 세상 떠난 사람을 비유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나무는 꽃이 지기를 기다려 비로소 열매를 맺으며 강물은 강을 떠나야 비로소 바다에 들 수 있다’는 말. 자기가 바라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행하지 말고, 항상 자신이 원하는 선사(善事)를 남에게 베푸는 그의 사랑실천이 가슴 시린 오늘이다.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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