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호]격몽요결의 독서장

리채윤의 실천하라, 정주영처럼
[21호]격몽요결의 독서장
- 리채윤 도서출판 작가교실 대표
  • 입력 : 2023. 01.16(월) 09:08
  • 가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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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채윤의 신사임당의 자녀교육법/CTN] 그렇다면 우리도 선조들의 낭송문화 암송문화를 되살려야 하는 것일까? 많은 인문학 모임에서 ‘서당’의 부활을 꿈꾸며 암중모색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너무도 미미한 수준이다.

또한 일부 강남지역에서 유대인의 낭독과 토론 수업 방식인 ‘하브루타 교육’을 도입해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야기가 지나치게 옆길로 빠진 것 같지만, 당신이 신사임당과 율곡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상상을 해 보면 다른 기분이 들 것이다. 율곡은 <격몽요결>에서 독서장(讀書章)을 만들어 놓고 책을 어떻게 읽고 어떤 책을 일어야 하는지를 자세하게 밝혀 놓고 있다.

당시는 오늘날과 같이 책이 많지 않던 시절이었다. 신사임당이 자녀들을 키우던 시절 서당에서는 《천자문(千字文)》, 《동몽선습(童蒙先習)》,《훈몽자회(訓蒙字會)》등을 가르쳤다.

사실 우리조상들이 읽은 책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읽은 책이라야 사서삼경과 《소학》․《통감》․ 《사략》 정도였고, 그나마 《통감》은 원본을 3분의 1이상 간추린 《통감절요》로 읽었다. 사서삼경이란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을 사서(四書)라고 한다. 네 가지 책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시경》, 《서경》, 《역경》을 삼경이라고 한다. 세 가지 경전이란 말이다. 이렇게 해서 사서삼경이 되는데 여기에 《예기》와 《춘추》를 보태면 모두 아홉 가지 책이 된다. 이것을 사서오경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이 사서삼경 또는 사서오경을 다 읽었다.

거기에 시는 이백과 두보의 시 가운데 간추린 것, 문장은 《당송팔가문》, 《문선》, 역사서로 좀더 욕심을 내서 읽는 사람은 《한서》나 《사기》를 좋은 것만 골라 읽었다.

율곡은 책을 읽는 순서로 《소학(小學)》, 《대학(大學)》, 《혹문(或問)》, 《논어(論語)》, 《맹자(孟子)》, 《중용(中庸)》, 《시경(詩經)》, 《예기(禮記)》, 《서경(書經)》, 《주역(周易)》,《춘추(春秋)》를 차례로 권하고 있다. 이밖에도 《근사록(近思錄)》, 《이정전서(二程全書)》,《가례(家禮)》, 《주자대전(朱子大典)》 등의 책을 읽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러게 선조들의 책을 늘어놓는 이유는 그들이 읽은 책이 지금처럼 많은 종류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유대인들이 읽는 책도 그와 같다. 그들이 평생 읽고 토론하는 책은 <토라>와 <탈무드>다. 토라는 모세 오경을 이름이니 분량이 뻔하고 탈무드는 분량이 상당히 많지만 인터넷에 떠다니는 정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유대인들은 <토라>와 <탈무드>를 평생 읽고 또 읽고 토론하고 논쟁한다. 거기서 유대인의 저력이 발산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 선조들이 읽은 책의 분량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자. 구양수의 독서분일법(讀書分日法)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효경(孝經)』『논어(論語)』『맹자(孟子)』그리고 육경을 가져다가 글자를 헤아려 보았다. 『효경』은 1,903자, 『논어』는 11,705자, 『맹자』는 34,685자, 『주역』은 24,107자, 『상서(尙書)』는 25,700자, 『시전(詩傳)』은 39,234자, 『예기』는 99,010자, 『주례(周禮)』가 45,806자, 그리고 『춘추좌전』이 196,845자였다. 중간의 재주를 기준으로 삼아, 만약 날마다 300자씩 외운다면 4년 반이 못되어 마칠 수가 있다. 혹 조금 둔하여 중간 가는 사람의 절반으로 줄인다 해도 9년이면 마칠 수가 있다.

여기에 한문학자 정민의 평을 들어보자.

공부는 단순무식해야 한다. 약삭 빠른 머리로는 큰 공부를 못한다. 큰 뜻을 세워 하는 공부가 서둘러 될 일이 아니다. 사서오경을 다 합치면 478,990자다. 아, 놀랍다. 이 많은 글자를 아예 통째로 외워 버릴 생각을 했구나. 하루 300자 외우는 것은 어렵지가 않지만, 그 긴 세월 한결같이 밀어 붙이기는 쉽지가 않다. 공부는 할수록 가속도가 붙는 법. 어찌 한번 외우기만 해서 그것이 내 것으로 될까? 다시 읽고 외우고 음미하는 과정이 따라 붙어야 한다. 그렇게 한 5년, 10년 쯤 읽고 나면, 우주 만물 삼라만상의 이치가 어느새 내 안에 들어와 앉게 되는 것이다. 공부는 머리로 하지 않고 엉덩이로 한다. 복잡하게 말고 단순하게 하라. 영리하게 말고 미련하게 하라.

그래서 정민은 선인들이 20대 30대에 쓴 글을 보면 그만 어안이 벙벙해졌다. 어떻게 저 나이에 저렇게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세상이 과연 진보하기는 하는 건가 싶었다. 정민은 또 다음과 같은 자료도 제시하고 있다.

일찍이 선배들을 살펴보니, 김일손(金馹孫)은 한유의 문장을 1천 번 읽었고, 윤결(尹潔)은 《맹자》를 1천 번 읽었으며, 노수신(盧守愼)은 《논어》와 두시를 2천 번 읽었고, 최립(崔岦)은 《한서》를 5천 번 읽었는데, 그 중에서 〈항적전(項籍傳)〉은 두 배를 읽었다. 차운로(車雲輅)는 《주역》을 5천 번 읽었고, 유몽인(柳夢寅)은 《장자》와 유종원의 문장을 1천 번 일었고, 정두경(鄭斗卿)은 《사기》를 수천 번 읽었고, 권유(權愈)은 《강목(綱目)》 전체를 1천 번 읽었다. 지금까지 동방에서 대가의 문장을 논할 때면 반드시 이분들을 지목하는데, 그 시를 읽고 글을 읽어보면 그 글이 어디서 힘을 얻었는지 알 수 있다. -정민 <독서와 문장론>
가금현 기자 ggh7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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