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희의 문화산책] 대한민국이 1등 국가 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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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희의 문화산책] 대한민국이 1등 국가 되는 길
  • 입력 : 2023. 03.15(수) 09:06
  • 정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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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희(시인, 소설가 · 극작가 · 사진작가 · 예술인협동조합 ‘이도의 날개’ 창작공동체 대표 · 세종행복도시필하모니오케스트라 대표)
대한민국이 정치·경제·군사적 영향력에서 전 세계 국가 중 6위에 해당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순위조사 전문매체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NWR)가 지난달 12월 31일 발표한 '가장 강력한(Most Powerful) 국가' 순위에 따르면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에 이어 한국이 6위에 올랐다. 뒤를 이어 프랑스가 7위, 일본이 8위를 기록했다. 이밖에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인도, 이탈리아 등이 15위 안에 들었고,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14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USNWR은 한국에 대해 "첨단 기술과 서비스 기반의 경제는 외국 자본의 투자 성공 사례"라며 "1960년대 이후 지속적인 성장과 빈곤 감소세를 보였고 지금은 세계적인 경제 대국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대한민국이 세계 6위로 평가된 이 부문은 국가의 전반적인 '저력'(Power)을 따진다. 하지만 1위로 가기 위해선 꼭 한 가지 모자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철학이다. 철학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학문이다.

'바칼로레아'는 1808년 나폴레옹 1세의 칙령으로 창설된 프랑스의 논술형 대입 자격시험을 말한다. 매년 6월경에 치러지는 이 시험의 목적은 더욱 많은 학생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교육의 목적에 알맞게 80%의 합격률을 자랑한다. 또한 불합격을 받은 일부 학생들을 위해 7월 초에 구술시험을 진행해 재평가받을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시험은 프랑스어, 외국어, 역사 및 지리, 수학, 철학을 공통으로 치르고 이 외에는 각자가 희망하는 전공 분야에 따라 계열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매년 60만 명이 넘게 응시하는 이 시험은 20점 만점에 1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10점 이상을 받은 사람은 점수에 상관없이 누구나 원하는 일반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된다. 1점을 더 얻기 위해 문제집을 쌓아두고 공부해야 겨우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대한민국 현실과는 사뭇 다르다.

시험이 끝난 직후 프랑스 전 지역은 토론과 논쟁으로 떠들썩하다. 대화의 내용은 주로 올해 바칼로레아의 철학 문제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묻는 것이다. 이처럼 모두가 주목하는 바칼로레아의 ‘철학’ 시험은 바칼로레아의 점수 비중이 높은 필수과목 중 하나이지만, 네 시간 동안 3가지 주제 중 1가지를 골라 자기 생각을 글로 적는 것이 전부이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답안지에 적혀 있는 한 가지 보기가 그 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출제자의 의도보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생각과 가치관이다. 하나의 정답을 향해 달려가기에 급급한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한 권의 문제집이 아니라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 습관을 키워줘야 한다.

대학 평준화가 이루어진 프랑스에서는 학생과 대학의 서열화가 없다. 바칼로레아는 주관식 문제에 대해 논술하는 철학 시험이 특히 유명하다. 과목당 세 가지 문제에 대한 논술로 평가하는데 하나같이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다. '문화는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가?', '우리는 진실을 포기할 수 있는가?', '예술작품을 설명하는 포인트는 무엇인가?' 같은 다양한 답이 나올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 출제되는데, 매년 바칼로레아의 문제는 프랑스 사람들의 화제가 되고, 비단 수험생이 아니라고 해도 저마다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토론한다. 이는 시험을 학생들을 줄 세워서 잘라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시험을 통한 학생들의 성장에 더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정답이 없는 위의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써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독서와 토론, 세상을 바라보는 식견을 넓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자체가 성장이고 교육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도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같은 입시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과 대학 평준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는 있다. 하지만 시험에 의한 경쟁을 너무도 당연히 여기고 있는 의식 자체를 바꾸지 못하고, 너무 비대해진 사교육 시장의 이해관계를 풀어내지 못한다면 자칫 혼돈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음주운전쯤 몇 번 해도 교육부 장관이 될 수 있고, 남을 좀 속여도 대통령 부인이 될 수 있는 도덕의 함정 말이다. 따라서 지금대로라면 교육을 생산성이나 효율로 평가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지금 이것은 곧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로 인문학의 위기로 마무리될지도 모른다. 강대국들의 소멸은 이렇게 시작되기를 하지 않았던가?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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