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희의 문화산책] 이백을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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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희의 문화산책] 이백을 부르다
  • 입력 : 2023. 05.04(목) 18:27
  • 정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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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희(시인, 소설가 · 극작가 · 사진작가 · 예술인협동조합 ‘이도의 날개’ 창작공동체 대표 · 세종행복도시필하모니오케스트라 대표)
우리에게 “이태백이 놀던 달아”라는 노래로 잘 알려진 술과 달의 시인이다. 당나라 사람으로 자는 태백(太白)이며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로, 두보(杜甫)와 함께 '이두(李杜)'로 일컬어지는 중국 최고의 시인이다. 이백은 거의 평생을 방랑하며 보냈는데 이는 단순한 방랑이 아닌 정신의 자유를 찾기 위한 방랑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가 채석강에서 술을 마시다 물속에 비친 달을 잡으려고 강에 뛰어들어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도 있다. 이백의 대표작으로는 양귀비의 아름다움을 읊은 <청평 조사>와 달빛 아래서 술 마시는 즐거움을 나타낸 <월하독작> 등이 있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우리나라 아이들의 입에까지 오른 달과 이태백,
그는 달을 청진의 상징으로 믿었으리라.

날 저물어 푸른 산에서 내려오니
산의 달이 나를 따라 돌아오더라

이렇게 욕망의 암흑으로 덮인 인간 사회에 달이라도 있으니, 구원받는다는 심정을 읊었다.
자연을 정관하고 섬세하게 느끼며 대화를 나누던 이백은 일면 산을 밀어젖히고 바다를 뒤엎는 듯한 과장된 표현수법을 잘 썼다.

백발 삼천장 씨름 따라 이렇듯 길던가!
부귀공명이 길다면 한 수의 물이 응당 서북으로 흐르리다!
촉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구나.
푸른 하늘 오르기보다 더욱 험난하구나!

그의 생애는 분명하지 못한 점이 많아, 생년을 비롯하여 상당한 부분이 추정에 의존하고 있다. 그의 집안은 간쑤성[甘肅省] 룽시현[西縣]에 살았으며, 아버지는 서역(西域)의 호상이었다고 전한다. 출생지는 오늘날의 쓰촨성[四川省]인 촉(蜀)나라의 장밍현[彰明縣] 또는 더 서쪽의 서역으로서, 어린 시절을 촉나라에서 보냈다. 그러나 관심을 가지는 방식과 응시의 양태는 두보와는 크게 달랐다. 두보가 언제나 인간으로서 성실하게 살고 인간 속에 침잠하는 방향을 취한 데 대하여, 이백은 오히려 인간을 초월하고 인간의 자유를 비상하는 방향을 취하였다. 그는 인생의 고통이나 비수(悲愁)까지도 그것을 혼돈화(混沌化)하여, 그곳으로부터 비상하려 하였다. 술이 그 혼돈화와 비상의 실천 수단이었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백의 시를 밑바닥에서 지탱하고 있는 것은 협기(俠氣)와 신선(神仙)과 술이다. 젊은 시절에는 협기가 많았고, 만년에는 신선에 많은 관심을 두었으나, 술은 생애를 통하여 그의 문학과 철학의 원천이었다. 그는 한 말의 술에 백 편의 시를 짓고 장안 거리 술집에 쓰러져 자며 천자가 불러도 배 타고 갈 생각 하지 않고 자기는 주정뱅이 시선이라고 자칭하기도 했다.
두보의 시가 퇴고를 극 하는 데 대하여, 이백의 시는 흘러나오는 말이 바로 시가 되는 시풍(詩風)이다. 두보의 오언율시(五言律詩)에 대하여, 악부(樂府) 칠언절구(七言絶句)를 장기로 하였다.

남성적이고 용감한 것을 좋아한 그는 25세 때 촉나라를 떠나 양쯔강[揚子江]을 따라서 장난[江南] ·산둥[山東] ·산시[山西] 등지를 편력하며 한평생을 보냈다. 젊어서 도교(道敎)에 심취했던 그는 산중에서 지낸 적도 많았다. 그의 시의 환상성은 대부분 도교적 발상에 의한 것이며, 산중은 그의 시적 세계의 중요한 무대이기도 하였다.

천재와 광인을 가름하는 선을 긋기는 어렵다. 나는 본래 초나라의 미치광이라고 자칭한 이백은 너무나 비범한 천재다. 따라서 그의 참모습을 한마디로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분방한 낭만주의와 격렬한 현실주의를 동시에 지녔으며 탈속적인 도가사상과 아울러 경세제민의 유가 사상에 투철했다. 고매한 이상과 원대한 정치포부를 품었으며 또 이를 실천할 만한 탁월한 학문과 재질을 지니고 열렬하게 현실 참여를 희구했음에도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잊은 듯 홀연히 입선 구도하려 은퇴한 이백이었다.

꽃 사이에 술 한 병 놓고
벗도 없이 홀로 마신다.
잔을 들어 밝은 달맞이 하니
그림자 비쳐 셋이 되었네.
달은 본래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그저 흉내만 낼 뿐.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여
봄날을 마음껏 즐겨보노라.
노래를 부르면 달은 서성이고
춤을 추면 그림자 어지럽구나.
취하기 전엔 함께 즐기지만
취한 뒤에는 각기 흩어지리니,
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귐 길이 맺어
아득한 은하에서 다시 만나기를….

이백은 〈월하독작〉이라는 제목으로 모두 4수의 시를 지었는데, 위의 시는 제1수이고 아래는 2수이다. 제목은 '달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라는 뜻으로, 시의 형식은 오언고시(五言古詩)이다. 봄밤에 달과 그림자를 벗 삼아 술을 마시는 시인은 낭만적 정취에 젖어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기(知己)를 만나지 못하여 홀로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외로움이 깃들어 있기도 하다. 아득한 은하(銀河)에서 다시 만남을 기약하는 바람에서는 초탈을 구하는 마음이 읽힌다. 첫 구의 '화간일호주(花間一壺酒)'는 '화하일호주(花下一壺酒)' 또는 '화전일호주(花前一壺酒)'라고도 한다.

하늘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주성은 하늘에 없을 것이고,
땅이 만일 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땅에는 응당 추천이 없을 것이네.
천지가 이미 술을 사랑했으니
술을 사랑함이 하늘에 부끄럽지 않네.
이미 청주를 성인에 비유함을 들었고,
다시 탁주를 현인에 견줌을 말하네.
현인 성인이 이미 술을 마셨으니
어찌 반드시 신선을 구할 것인가?
석 잔 술에 대도와 통하고
한 말 술에 자연과 합치네
다만 술 가운데 멋만 얻을 뿐이니
술 모르는 이에게는 전하지 말게나.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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