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희(시인, 소설가 · 극작가 · 사진작가 · 예술인협동조합 ‘이도의 날개’ 창작공동체 대표 · 세종행복도시필하모니오케스트라 대표)

인간의 엄지손가락은 그 작동 구조가 독특하다. 이를 `마주 볼 수 있는` 혹은 `맞설 수 있는 엄지손가락(Opposable Thumb)`이라 부른다. 나머지 네 손가락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작동하지만， 엄지손가락만 홀로 자신의 축을 중심으로 자유로이 돌아갈 수 있다. 그래서 손바닥을 가로질러 다른 손가락들과 마주 볼 수 있다. 이런 손가락들이 서로 협력하여 도구 등 물건을 감아쥐고 조작할 수 있으며 때로는 주먹질도 가능하다. 게다가 손가락 끝을 서로 맞대어 가늘고 미세한 것을 집을 수 있어 바느질이나 젓가락질 같은 정교한 작업도 해낼 수 있다. 견고함과 함께 정교함까지 더하여 물건을 다루는 능력이 과학과 예술의 영역을 발전시켜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침팬지, 고릴라 등의 유인원과 일부 조류도 유사한 엄지 구조를 가지지만 그들의 엄지는 인간보다 힘이 약하고 길이가 짧아 운동 범위가 제한적이다. 그래서 인간처럼 견고하면서도 정교하게 물건을 잡고 조작하지 못한다. 또한 마주 본다는 것은 거스르는 것이다. 모든 손가락이 동조하여 일제히 한 곳을 향할 때 엄지손가락은 홀로 그 반대 방향을 볼 수 있다. 엄지와 다른 손가락들 사이의 간격이 접근 혹은 이격되면서 힘을 조절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인간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한편 인지 능력도 향상되게 되었다.

새로운 연구에서는 화석 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의 고대 증거를 최첨단 컴퓨터 근육 모형화와 결합하여 남아프리카 호미닌이 200만 년 전에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유연하고 유능한 엄지손가락을 자랑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자인 독일의 튀빙겐 박사는 “오늘날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의 엄지 손재주가 200만 년 전에 살았던 호미닌에게서 관찰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그 기간은 190만 년 전 큰 뇌를 가진 호모 에렉투스의 등장, 18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 외부로 흩어지고 원시 석기 도구가 정교한 아슐리안 손도끼로 대체되는 등 주요 진화 사건 이전에 왔기 때문에 주목받아 왔다. 약 176만 년 전. Current Biology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의 공동 저자인 Harvati는 "우리는 엄지 손재주가 우리 혈통에서 복잡한 문화의 후속 점진적 발전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진화적 이점을 구성했다고 믿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엄지손가락이 짧고 손가락이 길면 등반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이 나무에서의 삶을 버리고 점점 더 물건을 만들고 조작하기 시작하면서 더 짧은 손가락과 더 긴 반대쪽 엄지손가락은 점점 더 잘 움켜쥐는 손 집합체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 선택은 인간이 손을 사용하는 여러 가지 방법과 동물의 뼈를 부수어 고에너지 골수를 수집하는 것과 같이 가장 보람 있는 것으로 입증된 방법을 기반으로 이러한 해부학적 변화를 개선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토론토대학교의 로저 마틴은 그의 저서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원제 : `Opposable Mind`)에서 그런 진화의 도움으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 리더들은 공통으로 엄지손가락처럼 “마주 볼 수 있는 사고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대립하는 사안들을 두고 선택하여야 할 의사결정의 갈림길에 섰을 때 어느 하나를 선택하고 나머지를 포기하는 보통 사람들과 달리 탁월한 리더는 그 선택안들의 조합 혹은 통합을 통해 새로운 설루션을 창출하는 통합적 사고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여기서 손에 대한 재미난 의학적 사실들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1 손가락에는 근육이 없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신체 부위는 대부분 근육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어느 부위보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손가락에는 정작 근육이 없다. 손가락이 이처럼 마음대로 움직이는 건 손목, 손바닥, 팔뚝 등에 있는 근육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근육들이 손가락에 있는 힘줄, 단단한 결합 조직과 연결돼 움직임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2 영어 타자를 할 칠 땐 왼손이 더 바쁘다. 컴퓨터 키보드를 독수리 타법으로 두드린다거나 자신만의 독특한 타자 방식이 있지 않은 한 일반적으론 영어 타자를 할 칠 때 왼손을 좀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 타이핑해야 할 일을 100으로 봤을 때 이 중 왼손이 하는 일은 56이라고 보면 된다.

3 손톱이 발톱보다 빨리 자란다. 네일아트를 위해 일부러 손톱을 기르지 않는다면 대부분 발톱보단 손톱을 자주 자르게 되를 것이다. 손톱이 자라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손톱의 성장 속도는 발톱의 2배 정도로, 발톱이 한 달에 1.62㎜ 자라는 동안 손톱은 3.47㎜ 자란다.

4 가장 부러지기 쉬운 손가락은 새끼손가락이다. 어른들이 입는 손 골절의 30% 이상이 새끼손가락에서 일어난다. 손가락의 굵기가 가늘고 바깥쪽에 위치하여 위험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5 죽은 뒤 손톱이 자란다는 건 낭설이다. 사람은 죽고 난 뒤에도 한동안 머리카락이 긴다거나 손톱이 자란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이는 근거 없는 믿음이다. 몸의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피부와 연한 조직들이 오그라들면서 길어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나는 것뿐이다.

6 사람만 마주 보는 엄지를 가진 것이 아니다. 사람 손가락이 다른 동물의 손가락과 변별되는 것 중 하나는 마주 보는 엄지손가락이다. 엄지손가락이 나머지 손가락 4개와 자유롭게 닿는다는 의미다.

7 검지와 약지의 길이 차이는 남성 호르몬 때문이다. 둘째 손가락이 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넷째 손가락이 더 긴 사람이 있다. 이러함 검지, 약지의 길이 차이는 뱃속 태아로 있을 때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받아 결정된다. 대부분 남성은 넷째 손가락이 길고, 여성은 둘째 손가락이 긴 것도 이러한 호르몬과 상관성이 있다.

8 부모가 둘 다 오른손잡이이면 왼손잡이가 태어날 확률이 높다. 오른손 혹은 왼손 중 어느 쪽을 사용하게 될지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 호르몬, 발달 과정 요인 등이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부모 양쪽 모두 오른손잡이일 땐 왼손잡이 자녀가 태어날 가능성이 10%다. 부모가 모두 왼손잡이라면 자녀 역시 왼손잡이로 태어날 확률이 30~40% 정도에 달한다.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정민준 기자 입니다. CTN 네이버 블로그 CTN 방송 CTN 페이스북 CTN 트위터 정민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