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세종특별자치시의회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의 의정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정치/CTN] 정민준 기자ㅣ제4대 세종특별자치시의회 후반기 1주년을 맞은 가운데, 시의회가 그간의 성과와 계획을 발표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자화자찬에 가까운 회견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소통과 공감, 신뢰받는 의회”를 기치로 내세운 지난 1년이었지만, 되짚어보면 갈등과 파열음, 민생과의 거리감도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28일 세종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1주년 기자회견에서 시의회는 총 510건의 조례안과 안건을 심의·의결하고, 85건의 5분 발언과 18건의 시정질문 등을 통해 다양한 의정활동을 펼쳤다고 자평했다. 또 ‘의회에 바란다’ 코너를 통해 120여 건의 민원을 접수해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시민 사회나 현장 의견은 다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결의안, 조례안 숫자보다 중요한 건 실질적 민생 체감도인데, 정책이 시민 삶에 어떤 변화로 이어졌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상임위원회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조례안 부결과 파행 운영은 의회의 협치 기능에 의문을 남겼다.

대표 사례로 언급된 ‘세종평생교육·정책연구원 설립 및 운영 조례안’의 처리 과정은 사실상 의장 직권 상정이라는 비상 절차로 밀어붙인 것이었다. 이 조례는 상임위에서 연거푸 부결됐으나, 의장이 직접 본회의에 상정하면서 통과됐다. 일각에선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상임위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본회의 상정을 강행한 것은 소통보다는 정무적 판단에 무게를 실은 결과로, 이후 인사청문회 도입으로 명분을 보완했지만 의회 내 ‘협치’ 원칙이 작동했는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행정수도 관련 언급도 이번 기자회견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지만, 그 역시 실제 대응 전략보다는 정치적 제스처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는 데 그쳤고, 미이전 부처의 세종 이전을 건의하겠다는 입장 외엔 뚜렷한 실행 구상은 드러나지 않았다.

정부의 ‘5극 3특’ 전략에 대해선 “행정수도 세종을 반영한 ‘5극 3특 1행’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지만, 이미 전국 시·도 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균형발전 구도 속에서 세종시의 존재감을 얼마나 관철시킬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민생 회복을 위한 의정활동 역시 선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소비쿠폰 지급과 같은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언급했지만,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실질적인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입법과 예산 감시가 뒷받침되었는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최근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시의회의 존재감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한 세종시 자영업자는 “민원 넣으면 접수는 되는데, 답변도 뚜렷하지 않고 실질적 개선은 더디다”며 “의회가 시민 곁에 있는 느낌은 없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 말미, 의장은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 의회를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의회가 남은 1년 동안 갈등보다 협력, 형식보다 실질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정민준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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