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교 엄윤식/사진제공=천안동남소방서

[기고/소방교 엄윤식=천안동남소방서] 소방대원이라 하면 흔히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용감한 모습이나 심정지 환자를 살려내는 헌신적인 장면을 떠올리실 겁니다.

그러나 그 영웅적인 모습 뒤에는 쉽게 말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가 남습니다.
최근 안타까운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들었습니다.
지난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현장에는 수많은 소방 인력이 투입되었고 현장의 소방대원들은 참혹한 현장을 마주쳐야 했습니다.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했지만, 현장에서 얻은 마음속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습니다.
당시 현장활동을 했던 30대 소방대원이 실종 열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그는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PTSD)로 정신적으로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내다 끝내 참담했던 현장의 아픔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구조 현장에서 수많은 생명을 지켜낸 그가 정작 자신의 마음은 지키지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난 것입니다.

이 사례는 결코 개인의 불운한 비극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불길 속으로, 참사 현장속으로 뛰어드는 소방대원도 결국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며, 감당하기 힘든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는 존재입니다.
소방관이기에 감내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결국 이러한 안타까운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닐까요.

최근 '마음 건강 설문조사(2023)'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52,802명 중 PTSD,우울증,수면장애,문제성 음주 등 네 가지 주요 정신 건강 문제 중 최소 하나에 해당하는 ‘관리,치료 필요 위험군’은 43.9%에 이르렀습니다. 이 중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위험군은 14,5%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체의 거의 절반이 심리적 지원이 필요할 정도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는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해석됩니다.

이제 소방대원의 정신 건강 문제는 개인이 아닌 사회의 과제로 바라봐야 합니다.
충분한 상담 지원과 치료체계, 동료간의 따뜻한 연대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힘들면 도움을 받아도 괜찮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아야 합니다.
불길은 물로 끌 수 있지만, 마음의 불은 함께하는 관심과 이해로만 끌 수 있습니다.
소방대원도 누군가에게는 가족, 이웃, 친구라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길 바라며
오늘의 영웅이 내일의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김은성 기자 kes1330@hanmail.net 김은성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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