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황인호 전 대전동구청장

[사회/CTN]정민준 기자ㅣ대전역세권의 밤은 오래전부터 멈춰 있었다. 낮에는 전국 5위권 유동인구가 오가지만, 해가 지면 상권은 급격히 위축되고 문화·관광 기능은 사실상 실종된다. 수십 년간 반복된 도시재생 사업과 각종 용역에도 불구하고 대전역 일대가 ‘잠들지 않는 도시’로 전환되지 못한 이유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에 대해 황인호 전 대전동구청장이 새로운 정책 해법을 제시했다. 황 전 청장은 최근 배재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대전역세권의 신야간경제 활성화 방안 연구」를 통해 기존 도시재생 정책의 한계를 정면으로 지적하고, ‘신야간경제(New Night-time Economy)’ 이론을 대전역세권에 적용한 대안을 제시했다.

논문은 대전역세권 도시재생 실패 원인을 ‘주간 중심 행정’, ‘이벤트성 축제 남발’, ‘상권·안전·교통의 분절적 접근’에서 찾았다. 야간 시간대에 대한 종합적 정책 설계 없이 물리적 정비와 일회성 사업에 매달린 결과, 상권 회복과 체류형 관광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황 전 청장이 제시한 신야간경제는 이러한 접근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유럽과 미국, 호주 등에서 확산된 신야간경제는 야간을 부차적 시간이 아닌 ‘제2의 도시 경제권’으로 설정하고, 문화·관광·교통·치안·상업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운영하는 개념이다. 도시를 24시간 활용 구조로 재편하지 않으면 쇠퇴 지역의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특히 논문에서는 영국의 ‘퍼플 플래그(Purple Flag)’ 제도를 국내 현실에 맞게 재해석해, 대전역세권을 야간경제 특화지구로 지정·관리하는 정책 모델을 제안했다. 이는 단순한 상권 활성화가 아닌, 야간 안전·보행 환경·문화 콘텐츠·공공교통을 함께 설계하는 도시 운영 전략이라는 점에서 기존 정책과 선을 긋는다.

연구의 실증적 기반은 황 전 청장의 행정 경험이다. 동구청장 재임 시절 추진한 대청호반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 축제’, ‘명상정원’ 조성, 대전역 동광장 ‘철도관사카페거리’ 조성 등은 야간 콘텐츠를 통한 지역 체류 시간 확대 사례로 분석됐다. 논문은 이러한 사례를 통해 “야간경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황 전 청장은 “그동안 대전역세권 도시재생은 낮에만 작동하는 도시를 전제로 설계돼 왔다”며 “야간을 외면한 도시재생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용역에 의존한 탁상행정이 아니라, 이론과 현장을 함께 경험한 정책가로서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전 원도심·역세권 정책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기존 도시재생 담론에 문제를 제기하는 동시에 새로운 정책 프레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정민준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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