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만년샤쓰 -아동문학가 김진경

2011년 06월 27일(월) 19:57

독서는 세월에 따라서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어느 소설가가 말하기를 ‘나이 들어서 읽는 소설의 맛은 다르다’며 스스로 나이 먹었음을 인정하고, 소설 읽는 맛을 새로이 느낀다며 감탄하는 말을 들었다.

불혹의 중반을 훌쩍 넘어가는 나이에 새로 읽는 동화나 소설에 나 역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것이 연륜이구나 하는 생각에 슬며시 서글픔과 함께 미소가 돌았다.

최근 방정환의 만년샤쓰를 다시 읽었다.
이래저래 우연과 반전이 계속 이어져서 혹자는 유치(?)하다는 표현을 할지 모르지만, 나는 여전히 감동을 받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눈물이 났다. 지금은 핑 도는 눈물과 더불어서 부질없는 생각을 해 보았다.

자신도 무척 어려우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준 주인공, 안창남 모자의 헌신적인 희생에 대해서 내 아이들은 얼마나 이해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창남이의 행동에 대해서 비웃는 아이들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그러다가 창남이의 형편을 듣고 눈물을 짓는 것도 같다.

지금의 시각으로 본다면 나라나 사회에서 진정으로 복지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어린이이다. 방정환의 이 동화의 배경은 일제강점기이었다. 그래서 가난을 어쩌면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았던 시기인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옛말에‘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라는 말이 있을까.

지금이라고 달라진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우리의 배려 계층을 돌아보는 시대이기는 하다.
규칙적으로 교육현장에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때때로 현장에서 바라보는 복지에는‘복지의 사각지대’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참 답답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감사’의 단어를 잊어버리고 산다는 것이다. 네 이웃을 돌보아야 할 우리이지만 진정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면서 복지 실현을 하는가에 의문이 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돌아보면서 가슴 따뜻한 감사의 인사가 오고간다면 얼마나 더 행복할까 하는 꿈을 꾸어 보았다.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신의 처지에 진정으로 감사하는 일일 것이다.

나 역시 조금만 어려움이 있어도 마음으로부터 짜증을 내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만년샤쓰를 읽고서 심란한 마음에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입에서 맴돌다 생각의 한 자락을 접었다. 그리고 나의 용기 없음에 내 이마에 스스로 딱밤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