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4월의 소묘 |
| 2012년 04월 10일(화) 09: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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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 中 - T.S 엘리엇
이 시는 엘리엇의 344행의 긴 장시 중 일부분이다. 시를 알든 알지 못하든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시구절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세월의 때가 덜 묻었던 때, 이 구절에 대한 깊은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렇다고 지금도 세월의 때가 칠해진다 해서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삶을 논할 수 있는 삶의 깊이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바람이 유난히 거센 봄이다. 그렇지만 그 바람을 이겨내고 봄꽃은 절정을 이루게 될 것이다. 한겨울의 추위도 견딘 봄꽃들이 이 시새워하는 찬바람을 이겨내지 못할 것은 없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꽃샘추위는 잠시 꽃을 질투하는 바람이기 때문이다.
시골살이 하면서 느끼며 보는 것은 4월은 확실하게 봄꽃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라는 것이다. 봄꽃들이 봄밤을 환하게 밝히면 꽃등불이 맞다. 아, 하는 감탄이 저절로 쏟아진다.
시인은 뛰어난 반어법을 사용하고 있다. 삶은 황무지이다. 어느 것 하나 예측할 수 없는 벌판을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 희망이라는 이름을 안고, 사랑을 기대하며 가고 있기 때문이다. 두근두근 설레는 예측을 가지기도 하면서 말이다.
일반적으로 겨울 바다나 가을걷이가 끝난 논밭을 보면 추위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모든 생명의 활동이 멈추어진 상태로 보고 있다.
그런데 시인은 생명이 움트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차라리 겨울이 따뜻하다는 말을 한다. 봄비도 맞고, 지나간 계절에 대한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새싹을 틔워내고 하는 과정들이 생명을 움트는 고통스러운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없다면 성숙한 삶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사월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부활절이 있다. 그래서 계란을 삶아 돌리며 새생명에 대한 기대를 나눈다.
자연의 커다란 순리 안에 우리 사람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계절 오고감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며 그 순리를 즐거워한다.
땅속 깊숙이 뿌리 내린 식물들은 하얀 눈에 뒤덮여 마른 구근은 긴 겨울을 보내고 새봄을 기다리는 희망의 본체이다.
사람에게는 이렇게 앙상한 기다림이 순간순간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 희망의 본체가 봄꽃이 되고, 여름의 더위를 이기고, 가을을 풍성한 추수가 되고, 겨울의 쉼이 된다는 것에 감사할 일이다.
이렇게 깊이 간직한 희망이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실체가 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래서 살아가면서 꿈을 간직한다.
때때로 시를 읽으면서 시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감상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 감상은 내것이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위로한다.
봄비가 또 내리면 봄의 식물들이 한 뼘은 더 자랐을 것이다. 그렇게 내 마음도 쑥 자라기를 바란다. 봄나들이를 떠나면 누군가의 마음을 아니면 내 마음이라도 꺾어갈 아름다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 봄을 이렇게 설레게 보내고 싶다.
-아동문학가 김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