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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희의 문화산책] 맞서라 관념에 대하여

정민준 기자 jil3679@daum.net

2023년 04월 03일(월) 16:15

▲유태희(시인, 소설가 · 극작가 · 사진작가 · 예술인협동조합 ‘이도의 날개’ 창작공동체 대표 · 세종행복도시필하모니오케스트라 대표)

따뜻한 볕이 가득한 서재에 파리 한 마리가 어쩌다가 문틈 사이로 날아들었다. 파리는 곧 몇 번의 시도를 통하여 밖으로 나가자 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시각의 공간에 대한 정보는 파리를 밖으로 나가게 하지는 못하였지만, 그래도 시도는 계속되었다. 다음 날 아침 서재에 들어온 나는 창가에 떨어져 죽은 파리를 발견했다. 그러고는 파리가 나가려고 계속하여 시도한 창문 반대편에 열린 문을 발견하고, 문을 닫아 버렸다. 그곳으로 파리가 들어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경우의 수가 아닌 예일지 모르지만, 강한 신념이야말로 거짓보다 더 위험한 진리의 적이다. 신념은 나를 가두는 감옥이라고 프리드리히 니체는 말했다. 우리는 신념을 숭고한 종교처럼 떠받들고 있다. 하지만 신념은 완고하다. 그리고 피하거나 타협하지도 않는다. 포용과 수용은 남의 이야기가 된다. 파울루 코엘류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이야기한 토막이야기가 있다. 성공한 상인이 아들에게 행복의 비밀을 배워오라며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현자에게 보냈다. 젊은이는 오랫동안 걸어서 사막을 넘고 산을 넘어 현자가 사는 아름다운 성에 도착했다. 그리고 행복의 비밀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현자는 말했다.

지금은 행복에 비밀에 관해 설명할 시간이 없다네. 우리 성을 구경하고 두 시간 후에 다시 오게’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찻숟가락을 건네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이곳을 걸어 다니는 동안, 이 찻숟가락의 기름을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젊은이는 두 시간 후에 현자 앞에 돌아왔다. 그러자 현자는 물었다. ‘혹시 그대는 내 집 식당에 있는 정교한 페르시아 양탄자를 보았소? 그리고 정원사가 십 년 동안 가꿔놓은 아름다운 정원을 보았소?’ 이 말을 들은 젊은이는 당황했다.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노라고 말했다. 오직 기름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으려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자 현자는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다시 가서 내 집의 아름다운 것들을 살펴보고 오시오’ 그리고 현자는 다시 덧붙여 말했다. ‘자기가 사는 집에 대해 모르면서 사람을 신용할 수는 없는 법이라네’ 이제 젊은이는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찻숟가락을 들고 저택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저택의 천장과 벽에 걸린 모든 예술품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정원과 주변의 산들, 화려한 꽃들, 저마다 알맞게 놓여 있는 예술품의 고요한 조화까지 모두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현자를 찾았고 자기가 본 것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자 현자가 물었다. ‘그런데 내가 준 기름 두 방울을 어디에 갔소?’ 그제야 숟가락을 살핀 젊은이는 기름이 흘러 없어진 것을 알아차렸다. 현자가 다시 말했다. ‘내가 그대에게 줄 가르침은 이것뿐이요.’ 여기서 사족을 단다면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에 담긴 기름 두 방울도 잊지 않는 데 있다네.

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지의 칼럼니스트 프리드먼 카리그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점유권을 방어하기 위해 새로운 사고를 거부한다. 우리는 이런 편협한 사고방식으로 작은 행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넓고 큰 세상에서 편협한 정신은 혁신적 진보를 두려워한다. 마치 ’바다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육지가 없다고 여기는 탐험가처럼 말이다. 살펴보면 오직 새로움에 적응하려 애쓰는 사람만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땅에 살 자격이 주어지는 법이다. 우리의 인지구조는 동화(同化)가 아니라 적응할 때 넓어지지 않았던가. 이제 옛것과 새로운 것이 만나 부딪치고 마찰하며 지평이 넓어지고 창조성이 생기는 진보의 세계로 나가야 한다. 아직도 기술은 이미 나와 있지만 다음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그냥 머무르기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존의 익숙한 외관에 머물러 있다.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를 혁신으로 안내하지 못한다면 소비자는 새로움과 다름을 거부할지도 모른다.

변화는 두려움을 말한다. 코로나가 창궐할 때 사람들은 모두 어쩔 줄을 몰랐다. 가장 큰 두려움은 코로나에 걸리는 두려움이 아니라 느닷없이 들이닥친 모호성과 불확실성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을 멈춤이라는 틀에서 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기는 우리가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뒤돌아보면 이 세상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항상 그래왔다. 세상을 이끄는 선구자, 우수하고 탁월한 천재들이 변화를 이끌어 왔다. 우리는 질문하고 공감하고 성찰하는 힘이 탁월해지고 잠재력을 깨우는 방식을 잊어서는 안 된다.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보다, 한 권만 읽은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다. 시대는 낯선 것에 적응하는 새로운 사고를 요구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낯선 것보다 익숙한 곳에 머물러 있다. 누구의 말처럼 멋진 요트는 항구에 멋진 모습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뚫고 목적지로 항해하는 데 있다. AI 시대, 거기에 바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이 있을 것이다.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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