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태희의 문화산책] 왕의 여름 수라상 정민준 기자 jil3679@daum.net |
| 2023년 06월 29일(목) 10: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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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여름 수라상》
며칠 전 왕에게 올렸던 여름 수라상 감상회에 다녀왔다. 일상 음식은 말 그대로 매일 먹는 음식이기에 오히려 자세히 알기가 어렵다. 그러나 왕실 음식 관련 기록은 주로 잔치나 특별한 행사의 기록 속에 들어있기에 진실에 접근하기가 쉽다. 그리고 정조의 ‘화성 행차’를 기록한 의궤에 매시간별로 어떤 음식이 차려졌는지가 자세히 남아 있고, 살아 있을 때처럼 돌아가신 뒤 한동안 상식을 올린 기록도 남아 있어 일상 음식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여기서 수라상(水剌床)은 임금에게 올리는 진지를 말한다. ‘수라(水剌)’는 우리 고유의 말이 아니고 고려 말 몽골의 부마국(駙馬國)이던 시대의 몽골어에서 전해진 말이다. 이렇게 음식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에, 음식을 지칭하는 용어, 음식을 차리고 먹고 상을 물리는 절차, 음식을 담는 상과 그릇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때 비로소 일상 음식의 실체도 함께 이해할 수 있다.
1800년에 기록된 정조대왕의 행장을 살펴보면 “절제와 검소를 몸소 실천하여 여러 번 세탁한 옷도 입었으며 곤복(袞服)이 아니고는 비단을 입지 않았다. 어선(?御膳 진짓상)도 하루 두 끼에 불과했고 음식 역시 서너 가지에 불과했으며 침전(寢殿)은 장식도 안 하고 낮고 좁아 비가 오면 새는 곳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왕조는 이렇게 예치(禮治)로 다스려진 근본이 있기에 음식문화는, 왕실과 국가행사에서 하는 각종 의식, 즉 길례(吉禮)1), 가례(禮)2), 빈례(賓禮)3), 군례(軍禮)4), 흉례(凶禮)5)에 대한 기록인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로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의례를 거행하며 남긴 기록은 왕족에 대한 공경과 숭배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이를 통해 행사일에 맞추어 행사 참여자가 받은 상차림과 궁궐 음식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때 그 무렵 조선의 왕께서 드셨다는 음식이 우리에게 어떤 모습과 감상으로 다가오고 남았을까? 문제는 이 감상회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유지하고 다른 방식을 통해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요리는 기술들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이 세상에 첫아기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생모의 젖을 먹기 전까지 울음을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요리는 또한 모든 기술 중 문명 생활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기술이다. 우리가 불을 사용하는 법을 배운 것은 요리의 필요 때문이었고, 인간이 자연을 길들인 것은 불에 의해서였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는 세 종류의 ‘요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종류는 음식물 조리에 대한 것으로 그 본래의 명칭을 간직하였다. 두 번째 종류는 음식물을 분석하고 그 성분을 검사하는 데에 관련된 것으로서 ‘화학’이다. 세 번째 종류는 회복요리라고 불리는 것으로 ‘약학’이라 명칭을 알려져 있다. 이들은 목적에 있어 서로 다르나 모두가 불과 화덕을 이용하고 비슷한 용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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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王의 여름 수라상’ 시식은 여러 면에서 여러 불협화음이 있었다. 첫째는 손님을 맞이하고 응대하는 데 있어 너무 딱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더운 날씨였기에 친절하고 부드러운 언사로 손님을 맞이하지 못한 것일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모두 알다시피 음식은 혀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누구와 어느 장소에서 어떤 분위기로 무엇을 먹는지가 맛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음식이 나오기 전부터 손님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소설은 첫 페이지 전부터 시작된다는 말처럼 나중에 헤어짐까지도 살펴야 한다.
골프장에서 동반자가 플레이할 때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동반자의 플레이 집중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음식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음식을 하나씩 상에 배열하지 않다가 어주를 엎지르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것을 다시 복기하는 과정은 또 얼마나 번다한가. 오로지 음식에 집중하여 맛을 감상하고 품평도 감사와 함께 마무리가 안 된 것은 서로의 도리에 맞지 않는다. 얼마나 힘들게 고생하며 정성으로 만든 음식인데 사소한 실수로 공든 탑에 금이 간 것이다.
오래전에 작고하신 김동길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기억이 난다. ‘어느 생일 집에 초대받아 갔는데 맛있는 음식이 한 상 가득 나왔다. 그러면 아버지 하나님 감사히 먹겠습니다 하고 먹으면 되는데 이런 말 저런 말로 기도를 오래 하니 맛있게 먹었을 소고기미역국을 맛없게 먹었어요. 이게 뭡니까?’ 이것처럼 이번 여름 수라상 감상회는 요리를 내놓으신 분의 설명이 너무 길었다. 물론 각각의 음식 조리법을 설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알고 먹으면 더 맛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차라리 식전음식과 주안상, 본 식사인 반상을 마치고 다과상이 나왔을 때 조리법과 유래를 설명하였다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번 감상회는 조리법과 유래를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고 왕의 여름 수라상의 음식이 맛이 있었느냐 아니냐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지금 '세종문화관광재단' 확대 개편 담은 조례안 시의회 통과하고 이르면 9월 출범할 예정이다. “세종시 관광”이라는 브랜드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세종시 브랜드의 강점이 무엇인지, 그것을 얼마나 다르게 어필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일관되게 지속하는지 등을 바탕으로 서서히 다져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 브랜드다운 모습이 형용사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한다. 미니멀하고 깨끗하다는 형용사를 ‘무지스럽다’하고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느낌을 ‘애플답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감상적이고 감각적인 느낌을 사람들의 뇌리에 떠올리게 된다. 그것이 세종을 표현하는 형용사가 되는 그날이 어서 오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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