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희의 문화산책] 우리는 기억한다, 에런 스워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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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희의 문화산책] 우리는 기억한다, 에런 스워츠를
  • 입력 : 2023. 03.28(화) 12:27
  • 정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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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희(시인, 소설가 · 극작가 · 사진작가 · 예술인협동조합 ‘이도의 날개’ 창작공동체 대표 · 세종행복도시필하모니오케스트라 대표)
2013년 27세 에런 스워츠(Aaron Swartz)라는 천재 해커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사건이 있었다. 그 뒤 사람들은 그를 ‘컴퓨터 프로그래머 겸 인터넷 정보 자유 활동가’라 부른다. 그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학술자료 사이트 해킹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첫 재판을 앞두고 있었을 때, 그의 죽음에 대한 미국 사회가 보인 반응은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자살과 해커 범죄를 죄로 취급해 온 평소의 미국 여론과 달리 스워츠에 대한 동정론이, 오히려 MIT 공대와 검찰의 책임론까지 묻는 여론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미국 대학교수들까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학술논문 자료를 일반인에게 무료로 공개하며 그에게 조의를 표하는 일도 벌어졌다. 특허와 권리를 중시하는 미국 사회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었다.

살펴보면 사건은 에런 스워츠가 ‘인터넷 정보는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MIT의 학술자료 보관 웹사이트를 해킹하며 일어났다. 하지만 과연 MIT 공대에서 자신들의 학술자료라는 명목으로 접근성을 제한하는 것과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할 ‘정보공유’라는 문제에 대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까? 아마도 그들이 자물쇠를 잠그고 있는 학술자료의 폐쇄성일 것을 합리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인터넷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배우고 성장했다. 애런을 사람들은 ‘인터넷 소년’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인터넷 소년 애런은 인터넷 때문에 스스로 세상과 결별했다. 애런은 인터넷에서는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개방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활동도 꾸준히 해왔으니 미국에서 저작권을 침해하는 웹사이트를 법무부가 임의로 폐쇄할 수 있는 ‘온라인 해적행위 방지법’ ‘지적재산권법’이 발의됐을 때 앞장서서 반대 운동을 펼친 그를 기억한다.

그는 무려 14살에 RSS(Rich Site Summary)라는 인터넷 전송 규약을 개발했다. RSS는 특정 사이트 링크를 입력해 놓으면 새롭게 업데이트된 내용을 자동으로 보여주는 데이터 형식이다. 15살 때에는 CCL이라는 콘텐츠 공유 라이선스의 시스템 설계와 개발에 참여했다. 다시 17살 스탠퍼드대학교에 입학한 애런은 ‘레딧’이란 뉴스 사이트를 만들어 큰돈도 벌었다. 하지만 돈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인터넷이었다. 에런의 생각처럼 데이터는 결국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쓰일 것이다. 마치 나그네가 여행하며 마실 수 있는 맑은 시냇물과 싱그러운 산소처럼 말이다. 그리고 에런의 진정성과 시대정신이 새로운 선구자로 추앙받는 이유이다.

세월이 흘러 이제 만물 인터넷 세상이 되었다. 만물 인터넷은 사람, 프로세스, 데이터, 사물 등 세상 만물이 인터넷에 연결돼 서로 소통하며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창출하는 기술이다. 사물인터넷(IoT)에서 확장된 개념으로 사람, 모바일, 클라우드 등 모든 것을 서로 연결하여 상호 소통할 수 있다. 예로 만물 인터넷 세상에서는 무인 자동차가 다른 자동차, 집, 도로, 주차장, 가로등과 서로 정보와 데이터를 주고받게 된다. 또 한 인터넷의 확산을 매개로 새로운 유형의 사회적 문제도 전면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스팸 메일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물론 컴퓨터 바이러스로 인해 인터넷 대란도 발생하고 있다. 쿠키 파일로 다른 사람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악용함으로써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도 빈번한 일이 되었다. 음악 파일의 공유를 둘러싼 냅스터(Napster) 사건에서 잘 드러났듯이, 인터넷상의 지식재산권 분쟁도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인터넷을 지나치게 사용하여 중독의 증세를 보이는 사람도 있고, 현실 세계와 사이버 세계 사이에서 자기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사람도 있다. 인터넷 공간에 음란물이 얼마나 많은지 인터넷의 수요가 ‘군사에서 섹스로(from military to sex)’ 바뀌었다는 지적도 있다. 더 나아가 정보에 접근하는 기회에 격차가 발생하고 정보 기술을 감시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로도 작용하고 있는 오늘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매년 11월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에런 스워츠 데이’에 참가한다. 그리고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도 정부와 플랫폼 사업자가 정한 규칙에 따라서 움직이는 우리를 바라볼 것이다. 만들어진 규칙에 분노하지 않고 그냥 익숙해지는 사람들과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에런이 쓴 <열린 정부 만들기>에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우는 것이야말로 우리 자신에게 맡겨진 일”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제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공공재를 지키기 위해서는 초 독점적인 플랫폼 기업의 규칙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자유보다는 통제를, 평등한 기회의 확산보다는 불평등한 구조를 이어 나가려는 움직임에 맞서야 한다. 그것이 에런 스워츠의 정신이다.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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