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래형/ 교사

[CTN 문학]소년원에서 희망을 보며[강래형/ 교사]

2021년 봄. 대전 소년원, 검정고시 감독으로 다녀오다. 대전 소년원, 검정고시 감독으로 차출받았기 때문이다. 소년원에 가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소년원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있다.

교사 생활을 하다 보면 학교폭력이나 학생 사건 사고들을 많이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부모의 보살핌과 훈육이 부족하여 방황하는 학생들이 많다. 물론 이러한 학생들을 보살피지 못하는 것은 그 아이들의 부모 또한 이러저러한 이유로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란 것을 안 것은 몇 년이 지나고 난 후였다.

2021년 봄, 나는 검정고시 감독을 신청하라는 교무부의 메시지를 받고 담당 선생님이 앞에 계셨기에 조심스레 물었다. 교도소와 소년원도 갈 수 있냐고. 여교사는 되도록 배정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지만, 교사 생활을 하면서 한 번은 가보고 싶었다. 10년이 넘도록 교직에 있으면서 학생들이 폭력 문제로 중도 탈락되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또 담당했었던 학생 중에 소년원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한 번도 소년원이나 교도소를 가보지 못했으니 좀 미안하기도 하고 그들의 생활이 궁금하기도 했다. 소년원을 가보고 나의 교사 생활도 돌아보고 학생들의 생활도 보고자 소년원으로 자원하게 해달라고 하였다. 다행히 교육청에서 허락하여 소년원에 시험감독을 가게 되었다.

오전 7시에 소년원에 도착하여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장학사님 한 분과 남자 교사 두 분이 먼저와 계셨다. 소년원에 새로 지어진 카페테리아의 벽에는 ‘기다림’을 주제로 한 시들이 한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학생들이 기다림이란 것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스쳤다.

8시가 조금 넘어 7명의 학생들이 들어왔다. 특이점은 학생들이 움직이는 동선에 따라 교사가 동행했고 열쇠로 문을 열고 다시 잠그는 모습이 생소했다. 학생들의 앳된 모습은 학교 학생들과 다름이 없었지만 전체적인 풍경은 교도소 느낌이었다.

시험 감독을 하면서, 나는 7시간 중에 4시간을 감독하게 되어있었다. 정감독과 부감독 두 명은 필수로 들어갔고 한 명은 쉬는 타임으로 순환하면서 감독을 했다. 생각보다 긴장되는 기류가 있었다. 학생들을 인솔해 온 선생님도 함께 감독을 하였다. 비상시를 대비해서 인듯하다.

학생 입장에서는 학교를 다니지 못한 기간이 긴 편이고 검정고시를 보아 합격하고 나가는 것이 이익이기에 더 집중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집단보다 합격률은 좀 낮다는 행정관의 말을 들었다.

무사히 4교시를 마치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구내식당이었고 사람이 별로 없이 썰렁하게 식사를 마쳤다. 법무부 행정관님이 소년원을 견학시켜 주시겠다며 소년원 뒤쪽의 수련관과 새로 짓고 있는 신관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지금 있는 소년원보다는 시설이 깨끗하고 좋긴 했지만 미음(ㅁ)자 건물에 패쇄적인 구조의 구 건물에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라 구조변경에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 있으셨다. 건물 안은 스산하게 추웠지만 밖의 화단과 공원은 따스했고 예쁜 꽃과 나무들로 가득했다. 이렇게 밖의 아름답고 소중함을 소년원 학생들은 알까? 궁금했다.

간단한 식판의 점심을 마치고 다시 5, 6, 7교시 시험을 준비하러 갔다. 교무실에서 대기 중인 학생들과 교관 선생님들의 풍경은 여느 학교의 선생님과 학생들과 다를 바 없이 오순도순 분위기가 좋았다. 젊은 교관 선생님들의 따뜻한 말투와 시험을 잘 보라는 격려의 한마디 한마디가 아이들에게는 부모님 못지않을 것이다.

시험보는 내내 조용히 집중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생각보다 긴 인내심을 보았다. 보통 학생들이 밤죄를 저지르는 것은 인내심의 부족 즉, 화를 못 참아서 일어나는 일이 대부분일 것이다. 조금만 참으면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는 것들이 한 번의 화를 못 참는 데서 참사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소년원에 오는 학생들은 초범은 아니고 적어도 재범이거나 큰 범죄를 저질러야 온다고 한다.
왜 이렇게 소년원에 학생들이 아직도 끊이지 않은 것인가? 학교 교육환경이 정립되지 않음이 우선일 것이고, 사춘기 학생들이 자신을 스스로 방어하지 못하는 이유 때문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인내심 없고 감정 컨트롤을 못하며 방황하다가 소년원에 온다는 것이다. 학생의 폭력 문제는 대부분이 부모의 문제로 귀결된다. 어린 학생보다 부모를 위한 교육이 학생을 살려내는 길이라 생각한다.

소년원 행정관께 물었다. 소년원에 온 학생들을 부모님이 얼마나 자주 볼 수 있냐고. 재미있는 사실은 6개월을 기본으로 보통 1년을 복역하는데 부모님이 초반 1, 2개월은 일주일이나 2주에 한 번씩 면회를 오시지만 그 이후에는 잘 오지 않으신다고 한다.

겨우 6개월 1년 있는데 1, 2개월 후면 부모가 오지 않으신다고 하니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뭐 놀라지 않는 게 맞겠다. 부모 자신의 생활 문제에 허덕이는데 자녀를 돌아볼 겨를이 없을 것은 뻔하지 않은가! 면회에 제약이 있나 했더니 없다고 한다. 언제든 오후 5시 이후에는 매일 와도 면회는 허락된다는 것이다.

이 소년원에서 학생들에게 교육하는 것보다 우선 부모님의 교육이 시급해 보였다. 매주 면회와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좋아진 상태로 소년원을 나갈 것이다. 부모 교육이 더 중요하며 우선 되어야 하고 어찌 보면 시간이 더 할애 되어야 할 것 같다.

어느새 7교시 윤리 도덕 과목의 시험까지 모두 끝나고 학생들과 교관 선생님들이 물러가셨다.
앞에서 시험감독으로 뻣뻣이 서 있었더니 몸이 피곤했지만, 생각보다 건강해 보이는 학생들을 보니 좋았다. 이 학생들은 누군가의 진심 어린 관심과 애정이 있다면 금방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렇게 해 줄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며, 그런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있지 않음이 아픈 현실이다. 그렇기에 범죄의 재발이 일어나고 다시 소년원이나 교도소로 가는 확률이 높은 것이다.

임상 병동의 의사 선생님들과 심리상담 선생님들 그리고 교관 선생님, 법무부 행정관님들의 노고가 빛을 잃지 않으려면, 학생들 개개인의 심리를 분석하고 고치려 하는 것보다 큰 틀에서 가정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부모를 교육하고 성적 위주의 학교 환경을 개선하는 데서 그 문제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새벽부터 움직였더니 하루가 참 길었다. 소년원에서 만난 학생들은 생각보다 오히려 온화한 얼굴빛과 끈기가 있었고 똑같은 추리닝을 입고 슬리퍼를 끄는 학생들이었지만, 언젠간 식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한 여학생은 수원이 집이라며 빙그레 웃어주었다. 순수한 미소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그 아이는 분명, 이 환경을 발판으로 더 멋진 세상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른들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소년원을 나왔다.

교사 생활을 수 년간 해 오면서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소년원을 돌아보며 교사로서 해야 할 일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학교 교사들은 단순한 학습만을 시키는 학원 강사가 아니라며 우월감을 가지고 지내왔지만, 진짜 학생들을 위한 교육은 아직 못해내고 있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지식 전달의 학습이 아니라, 부모 교육의 부재를 보완해주며 정신적으로 이끌어주는 교육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지금 학교에서는 수업과 평가에 급급하고 졸업장을 내어주며, 학생들의 탈선을 막으려는 감방 같은 학교의 관리 요원처럼 전락하고 있다.

나만이라도 조금 더 학생들에게 평가가 아닌 삶의 이야기를 해주고 뇌를 옥죄는 대입과 취업이 아닌, 세상을 크게 바라보고 살아가게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야 함을 늘 느낀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교사들의 지식적 수준과 학습 수준을 바라지 않는다. 더 따뜻하게 격려해주고 세상을 크게 이야기해주고 즐거운 상상과 꿈을 갖게 해주는 선생님을 바란다.

하지만 일선의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잘 모르고 있다. 학원 스타 강사보다 더 현란하게 잘 학습시켜주는 교사를 바라지 않는다. 만약 환경에서 학생들이 그런 생각을 하도록 했다면 교사들이 학생들의 생각을 바르게 잡아주고 더 중요한 삶을 위한 준비 자세를 가르쳐 줘야 할 때다.

그래야 코로나 이 시대가 끝나고 아니, 더 어려운 시기가 와도 나의 좁은 현실에 갇히지 않고 나의 일을 즐겁게 하면서 나의 뜻을 펼치면서 살아가는 대한민국인으로 거듭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은 자라나는 학생들한테는 부모님들이 해주면 더 좋지만 그것이 어려운 지금, 교사들이 조금씩이라도 자각하고 행해 줄 때, 교사들도 보람이 있고 학생들도 살아나갈 수 있는 길이 된다.

소년원의 하루는 학생들의 순수함과 따스함이 있었고 그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교관 선생님들이 계심에 감사했다.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학생들은 어른들이 하자고 하면 뭐든 하려 하는 유연성을 가졌다. 이 유연함의 깊이를 잘 알아야만 그때 진짜 교육이 시작될 것이라 생각한다.

코로나 2021년 봄, 소년원생들의 밝은 표정을 보며 나에게 소년원을 돌아볼 수 있게 허락해준 교육청에 감사하고 그래도 뭐라도 지켜나가려 하시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계시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정민준 기자 입니다. CTN 네이버 블로그 CTN 방송 CTN 페이스북 CTN 트위터 정민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