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6(일) 20:23
교육타임즈 지면신문
|
CTN이 확인한 해당 합의서는 병원 측이 과실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유지하면서도, 환자에게 합의금 수령의 조건으로 민·형사상 문제제기 제한, 각종 진정·민원 제기 금지, 동일 분야 재진 제한, 시위·집회 금지 등 광범위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과도한 제한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합의서 제3조와 제4조는 특히 문제가 크다. 병원은 과실과 무관하게 환자에게 합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하면서, 환자는 금품 추가 요구나 면담, 전화, 시위 등 어떠한 방식의 문제 제기도 불가하도록 못박았다. 나아가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에 진술할 때조차 “의사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도록 규정해 사실상 환자의 증언권마저 제한한 셈이다.
또한 제4조에는 “향후 해당 분야 진료를 본원에서 진행하지 않는다”는 내용까지 담겨 있어, 환자가 치료를 원해도 병원이 거부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다. 이뿐 아니라 환자가 약속을 어길 경우 합의금을 반납하고 위약금까지 부담해야 하며, 민·형사·행정상 모든 책임을 환자에게 전가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반대로 병원이 합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만 환자의 권리 제한이 해제되도록 설계됐다.
CTN이 5일 서울대치과병원 고객지원팀장과의 통화에서 반론을 요청하자, “해당 합의서는 표준 양식이 아니라 개별 사안에 맞춰 작성된 것으로, 법률 자문을 거쳐 사용했다. 환자 측 동의 없이 작성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해당 합의서가 ‘계약의 자유’를 넘어 환자의 권리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한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의료기관이 합의서를 통해 환자의 표현의 자유와 재판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히 위법 소지가 있다”며 “공공병원으로서 서울대치과병원이 환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합의서를 강요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서울대치과병원은 국가가 운영하는 대표 치과 전문 의료기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면피용 각서’처럼 환자에게 침묵과 권리 포기를 강제하는 합의서를 내민 것은 공공의료기관의 책무를 망각한 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환자의 불만족을 이유로 합의금을 지급했다면, 진료 과정의 문제를 개선하고 환자 신뢰 회복에 나서는 것이 먼저이지 ‘재갈 물리기 합의서’로 사태를 덮으려는 시도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정민준 기자 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