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 김진경

보령도서관에는 동아리 단체가 여러 개 있다. 그 중 내가 속해서 활동하는 보령도서관친구들은 한 달에 두 번 모여서 회원들 모두 책을 읽고, 한 사람은 발제해서 발표하고, 모두 토론하는 모임이다. 여름 겨울 방학은 쉰다. 몇 명되지도 않지만 구성원은 다양하다.

올 3월 첫 번 모임에서 읽은 도서가 “불편해도 괜찮아”(김두식 저)였다. 사춘기 아들,딸을 키우고 있는 나로서는 많은 공감을 갖게 만든 책이었다. 저자가 거의 100여 편에 가까운 영화를 보면서 그 영화에 드러난 인권에 관한 책이었다. 많은 독자가 있기를 바라는 도서이기도 하다.

지랄총량의 법칙은 중학교 1학년에 들어간 저자의 딸아이가 사춘기를 맞이하면서 저자의 부부를 찌질이로 취급하면서 갈등을 겪을 때 들었던 말이다.
이 말은 사람은 일생을 살면서 써야할 지랄이 있는데, 사춘기에 다 써버리면 어른이 되어서 쓰지 않고, 사춘기에 다 쓰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서 쓰게 된다는 말이다.

사춘기 아이를 둔 엄마들은 이 말에 시원함을 느끼며 위로를 받았다. 지금 다 써버리고 어른이 되어서는 제발 성숙한 인격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 역시 딸아이와 싸울 때는 ‘너 시집가서 너 같은 딸 낳아서 키워, 너하고 니딸이 싸우면 니 편은 안 들겠다.’ 하고 여러 번 말했던 것이다. 생각할수록 우스운 말이다. 그 엄마에 그 딸이 아니겠는가 싶어서 말이다.

그리고 옛 서양에는 사춘기 아이들을 정신병자로 취급을 해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만큼 아이들의 성장에 정신적으로 과도기를 겪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을 수업을 하던 중이었다. 사춘기 증상이 뭐냐 하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들의 대답은 다양했다. “그냥 막 신경질 나요.” “우울해요.” “그냥 막 대들고 싶어요.” “질풍노도에요.”라며 전문용어까지(?) 사용을 했다. 그러면 부모님이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한결같은 대답이 “가만히 두세요.”였다.

그리고 슬쩍 남자 아이에게 기대듯이 ‘거시기에 뭐났냐.’하고 작은 소리로 슬쩍 물었더니 먹던 간식을 놓고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은 웃고 난리가 났었다.

나는 아이들의 말을 듣고 약간의 찬물을 끼얹었다. ‘사춘기라는 것은 이제 너희들의 행동을 책임 질 나이라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내가 한 말이 아이들에게는 또 잔소리를 들렸겠구나 싶었다. 물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아이도 있었다.

이 시기는 부모들의 안쓰러운 말들이 모두 다 잔소리로 들린다 하니 답답하기는 했다. 내 아이들이 사춘기이다보니 마음 졸이며 그냥 지켜볼 뿐이지만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아직까지 별다른 사고를 겪지는 않았지만 다 성장할 때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믿어줄 뿐이다. 내 아이 또래의 모든 청소년들을 믿어줄 뿐이다. 이 말로 앞으로 여러 번 더 생각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