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준(충청탑뉴스 대전·세종부장)

지난 10월 1일 가을 밤, 명품 오케스트라를 자처하는 세종시필하모닉의 창단 연주회가 있었다.

눈에 띄는 인사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의 성공적 연주를 한 이 악단의 본 모습을 이번 송년 연주회에서 다시 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연주회의 프로그램은 부족함과 아쉬움 그 자체였다. 송년이라는 관객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기획때문에 그러려니 싶어도, 얼핏 보기에도 너무 두서없는 곡의 나열들이 보는 필자로 하여금 실망스러운 감정을 감출 수 없게 했다.

첫 곡은 경기병서곡이었다. 무난한 선곡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트럼펫의 팡파르 서주가 제법 기대치의 소리를 내 주었다. (보통 2관의 곡인데 3명의 트럼펫을 사용하였다!) 지휘자의 멘트에 이어진 무대는 오케스트라 악장이 하는 협연이었는데 경기병서곡 내에서도 존재한 차르다쉬를 의도했던 것인지 일관되지만 다른 즉흥적인 멋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차르다쉬로써 비르투오소한 테크닉과 템포의 변화등이 솔리스트의 활의 무게감을 통해 매우 인상적으로 표현되어졌다.

이어 발트토이펠의 스케이팅 왈츠가 신나던 어지럼증을 안정시켜 주는 듯 하더니 엉뚱하게도 가곡 그리운 금강산이 연이어졌다. 아.....! 프로그램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묘한 이야기의 흐름으로 빠져드는 순간이었다. ' 프로그램에 스토리가 있구나.....!' 짧고 신속한 변화뒤의 정감어린 가곡, 그것은 배려인듯 했고 연이어진 폴카 세곡은 반절의 공연을 깔끔하게 보고 입맛을 다시며 휴식으로 나서기에 매우 부족함이 없어 보였던 것이다. 구성상은 그랬다. 그런 확신을 주는 구성때문이었는지 전반부가 정말 빨리 지나갔다. 젊은 연주자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는 신생악단답지 않게 일사분란 했으며 백정현 지휘자는 이곡들이 매우 익숙한 듯 노련하게 지휘하며 예술송년의 밤을 여유있게 진행해 나아갔다.

후반부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인터메쪼, 사의 찬미로 유명한 도나우의 잔물결 등 익히 알려진 선율들이 송년연주의 따스함을 선사해 주었고,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메들리나 썰매타기등의 르로이 앤더슨곡들,소프라노 심민정의 단아하고도 경쾌하면서도 색채감이 뚜렸한 My fair lady의 넘버는 가까워진 즐거울 크리스마스를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리베르탱고가 사정상 빠지게 되었다는 지휘자의 멘트는 '어~~~' 하는 관객들의 아쉬움이 짙어가는 가운데 어느덧 관객들은 이 연주회의 다양하게 배려된 프로그램에 단단히 빠져들고 있음을 옅볼 수 있었다.

연주회의 끝은 아이러니하게도 '캐리비언 해적 OST' 였다. 이 곡은 최근 가장 많이 연주되는 영화음악 OST라서 식상할 정도의 단골 레파토리이고 마지막 의구심이 드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백정현의 캐리비언해적'은 고유명사로 만들어도 좋을 만큼 화려하고 특별하게 펼쳐졌으며 열정적이고도 합일적인 음악을 향해 달려 주었다. 아슬아슬하게 즐겨온 긴장감의 나열이 이제는 정면을 바라보며 정열적으로 터져나오는 순간이었다. 연이어진 두 곡의 앵콜을 하는 동안 오케스트라는 생기가 넘쳤고 관객들은 함성을 지를 수(?) 있었으며, 기립하고 환호했다. 으레 마련된 송년잔치이겠거니 바라봤던 기대치를 몇 배 뛰어넘어 주었다. 그것도 기분좋게.....!

지휘자만의 정감있는 멘트와 지휘봉을 열정적으로 휘두르는 반전의 매력, 조화롭고 풍요로우며 지치지 않고 적절히 넘쳐나는 건강한 오케스트라의 싸운드, "바로 이런 훌륭한 악단이 이곳 세종시에 생겨난 것이구나" 하는 뿌듯함과 함께 고마운 감동이 다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창단연주회에도 그랬듯이 그 못지않게 말이다.

'세종시필하모닉'의 두번째 공연으로 그 음악적인 존립 가치는 세종시에서 크게 느껴졌음을 그 날의 관객반응에서 보듯 말할 것이 없었다. 무엇이 필요한가? 송년에 걸맞는 선물같은 음악회를 접한 모두가 이제 명품도시에 맞는 명품오케스트라로서의 세종시필하모닉의 건강한 미래를 기대하며 더욱 애써 기원해 봐 줄 일이다.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정민준 기자 입니다. CTN 네이버 블로그 CTN 방송 CTN 페이스북 CTN 트위터 정민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