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이상월 기자>

오는 2022년 전 구간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서울-세종간 고속도로 사업이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천안시 북면 일대의 주민들이 북면을 관통하는 것으로 설계된 국토교통부의 계획안에 극심한 반대 입장을 보이며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국토부가 마련한 설계안이 '마치 찾아다니며 피해를 입히려고 작심하고 만든 것 같다'며 지역주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정부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면 주민들은 마침내 해당 지역구 양승조 국회의원에게 이번 사태의 해결을 요청했다.

양 의원은 이에 대해 "천안시가 노선 계획을 수립하면서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았다"면서 "국토부가 제시한 두 가지 대안 모두가 북면 지역에 대한 상당한 피해요인을 안고 있으므로 지역민들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북면 지역민들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관광 생태계의 파괴에 대한 우려다.
고속도로가 매송리~우송리 지역을 관통하게 되면 오랜 기간 조성돼온 관광지와 휴양지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둘째, 지역 경제에 대한 걱정이다.
드러내놓고 표현하진 않지만 고속도로 인근 지역은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소음과 공기오염 등 각종 공해로 시달리게 돼 전원주택지로서의 가치도 잃게 된다는 게 이 지역 주민들의 속앓이다.

우리 사회는 196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공익을 위해 어느 정도의 사익을 희생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개인의 이익을 지키려는 사람들에게는 '알박기'니 '님비'(NIMBY:내 뒷뜰에는 안돼)라는 말로 몰아세워 공익 앞에 정당한 사익조차 굴복시키는 일들을 저질러왔다.

'공익'은 말 그대로 공공의 이익을 이르는 말이다.

물론 어떤 사안이든지 사회 구성원 전체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국가적 행정효율, 세종시의 행정수도로써의 완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막무가내 식 밀어붙이기로 개개인의 권익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국토부의 고속도로 노선 안에 반대하는 주민대책위원회는 23일 대책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국토부와 천안시는 이날 나오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대안 제시와 관련한 충분한 설명을 통해 주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북면 주민들 역시 감정 섞인 반대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한 지키면서 사회적 갈등과 분쟁을 피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완벽한 승리가 언제나 행복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 뒤에 감당해야 할 무서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