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희(시인, 소설가 · 극작가 · 사진작가 · 예술인협동조합 ‘이도의 날개’ 창작공동체 대표 · 세종행복도시필하모니오케스트라 대표)

두 개의 시퀀스가 있다.

첫 번째는 1993년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작가 후 안 용 핑(Huang Yong Ping)은 ‘세계의 극장’이란 작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의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그 이유는 나무 틀 속에 굶주린 도마뱀과 메뚜기, 귀뚜라미와 바퀴벌레를 가두어 전시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적자생존의 법칙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두 번째는 몇 해 전 정윤석 작가의 ‘내일’이라는 작품에서 여성 폭력의 상징으로 보이는 ‘리얼돌’을 소재로 하여 관객들의 엄청난 항의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회적 물의를 빚은 작품을 전시하는 행위는 예술이라는 영역 내에서는 얼마든지 허용되는 것일까?

예술의 순수함과 독립성을 최고로 중시하는 심미주의(유미주의)는 도덕적 가치와 미적 가치는 무관하며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예술의 형식이지 내용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여기서 살펴볼 것은 ‘윤리적 가치가 미적 가치보다 우위에 있는가?’라는 질문과 ‘예술이 가치 있는 까닭은 그 속에 윤리적 가치를 포함하기 때문이다.’라는 대답이 존재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도덕주의는 예술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명제가 뒤따른다.

도덕주의에서 도덕은 예술의 우위에 있고, 예술은 도덕에 종속되어야 한다. 따라서 예술은 인간의 도덕성 증진에 기여해야 하고, 도덕성을 통해 예술의 미추는 판단될 수 있어야 한다. 선의 증진에 기여하지 못하는 미는 진정한 아름다움이 될 수 없다거나, 예술은 도덕성의 증진을 넘어서 도덕을 도와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 따라서 예술은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 관심을 가지고 사회에 참여해야 한다. 다시 말해

도덕주의는 도덕적 가치가 미적 가치보다 우위에 있으므로 예술은 윤리의 인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면 예술의 목적은 올바른 품성을 기르고 도덕적 교훈이나 모범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에 대해 칸트의 예술론에 대해 살펴보자.

예술과 도덕은 상호 독립된 영역이지만 서로 영향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 무관한 영역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예술이 반드시 도덕성 증진에 기여할 필요도 없다. 다만 예술의 창작이나 감상 활동은 인간의 도덕성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 예술은 취미의 판단으로 예술은 인간의 감성적 판단을 전제로 하며 이것은 식욕, 성욕과 같은 욕망을 충족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에게 쾌감을 주고 인간을 순화시키나. 예술과 도덕은 모두 인간이 이기적 욕구에서 벗어날 때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예술과 도덕은 형식적 유사성에 있고 미는 도덕성의 상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미적 체험은 인간의 도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예술이 도덕의 하위 개념이 아니고 예술이 반드시 도덕성 증진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예술과 도덕은 상호 무관한 영역이다. 예술은 독립된 한 분야로 도덕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예술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예술은 미의 추구라는 예술 자체의 목적을 추구할 뿐 도덕성 증진에 기여할 필요도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다. 따라서 예술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나 수단이 될 필요도 없다. 그런 점에서 예술은 도덕적, 사회적으로 쓸모가 없어도 된다. 그런 점에서 심미주의의 대표적 인물인 와일드는 모든 예술은 쓸모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니 앞으로도 이 논쟁은 계속될 여지가 많다.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정민준 기자 입니다. CTN 네이버 블로그 CTN 방송 CTN 페이스북 CTN 트위터 정민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