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치과병원 해당 환자 A씨가 CTN에 제보한 합의서 ⓒ정민준 기자

[단독/CTN]정민준 기자ㅣ서울대학교치과병원(원장 이용무)이 환자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합의서가 사실상 ‘입막음 문서’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대병원(서울대학교치과병원)측은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고 명시하면서도 환자에게 소정의 합의금을 지급하는 대신 민·형사상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인터넷 게시글이나 민원 제기를 일절 금지시키며, 더 나아가 본인과 가족 3대까지 다시는 병원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강요했다.

해당 합의서 제2조는 “고객측이라 함은 고객과 친족 등 손해배상 청구권자 및 고소권자 모두를 의미한다”고 규정했고, 제4조는 “고객은 병원 명예를 훼손하거나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이 문구는 실질적으로 환자와 가족 전체를 병원으로부터 영구 배제시키는 내용으로, 공공병원으로서의 책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환자 봉쇄조항’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병원은 과실이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고객은 경찰, 검찰, 법원 진술 시 의사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증언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의료사고 관련 법적 절차에서 환자의 자유로운 진술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사실상 ‘침묵 강요’이자 인권침해 행위라는 주장이다.

특히 제5조에는 “고객이 합의사항을 위반할 경우 합의금 반납 및 위약금 지급,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부담한다”고 규정돼 있어, 환자에게 법적 겁박을 가하는 조항으로 평가된다.

실제 해당 환자 A씨(부산 33)는 CTN과의 인터뷰에서 “병원에서 과실은 없다고 하면서도 합의금을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서류에는 가족까지 병원을 이용하지 말라는 취지로 적혀 있었다”며 “국립대병원이 이런 문서를 제시하는 게 맞는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서울대치과병원은 CTN본지가 11월 5일 반론을 요청하자 “표준양식이 아닌 개별 합의문으로 법률 자문을 거쳤다. 환자 동의 없이 작성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의료전문 변호사 B씨는 “이 합의서는 병원이 유리하도록 일방적으로 설계된 것으로, 환자에게 강요된 서명은 자유로운 의사표시로 보기 어렵다”며 “가족에게까지 의무를 지운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로, 법적 효력은 인정받기 어렵다”고 일침을 가했다.

의료윤리 전문가 또한 “국립병원이 환자에게 재진 금지와 침묵 서약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공공병원들은 분쟁 시 환자 권리 보호를 우선하며, 병원 과실을 부인하면서도 재진을 금지하는 조항은 인권침해로 처벌받는다. 그럼에도 서울대치과병원은 이런 조항을 버젓이 삽입해 ‘공공병원의 권위가 환자의 권리 위에 군림한’ 전형적 사례를 남겼다는 평가다.


(※ 본 보도는 서울대치과병원 고객지원팀과의 공식 통화 및 환자 측 제보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법률적 판단을 전제하지 않습니다.)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정민준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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