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 결핍의 끈은 얼마나 길까

김영희 교육에세이
애정 결핍의 끈은 얼마나 길까
- 끝끝내엄마육아연구소 대표 김영희
  • 입력 : 2021. 11.08(월) 09:39
  • 가금현 기자
오피니언
기고
칼럼
사설
인사
종교
동정
신년사
송년사
안창현의 칼럼
발행인 칼럼
CTN논단
만물창고
가재산의 삶의 이야기
리채윤의 신사임당의 자녀교육법
문영숙의 꼭 알아야 할 항일독립운동가 최재형
CTN문학관
김영희 교육에세이
박순신의 사진여행
주대호의 물고기 사육정보
끝끝내엄마육아연구소 대표 김영희
[김영희의 교육에세이/CTN] 우리는 남과 관계를 맺으며 산다. 사는 동안 갈등으로 멀어지기도 하고 때론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그 반대 경우를 마주한다. 누구든 남에게 미움받는 것을 반기지 않을 것이다.

그 정도가 지나친 사람도 종종 본다. 남이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끊임없는 애정을 요구하곤 한다. 그런 행동을 정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나친 애정, 관심을 요구한다거나 작은 행동에도 크게 실망하고 화를 내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면 애정 결핍 증상이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끈을 과감히 자르지 못할 경우 온가족을 병들게 하고 대물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며칠 전 영화 “세 자매”를 보았다. 코로나로 자주 못보던 친구 몇 명이 함께 한 자리였다. 영화는 대체로 어둡고 우울했다. 성인이 된 세 자매의 삶이 성장 과정과 연계되어 발목을 잡는다. 1남 3녀의 남매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심한 구타를 당한다.

게다가 엄마의 무반응으로 기댈 언덕조차 없다. 자녀들은 심적 방황아 신세로 삶을 이어간다. 성인이 된 이후까지 제아무리 개선하려 노력해도 좀처럼 애정의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는다. 과거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그들은 평생 마음의 짐을 지고 살아간다. 마치 시지프스의 삶과도 같다. 시지프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신들을 기만한 죄로 커다란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벌에 처해 진다.

그러나 이 바위는 정상 근처에 다다르면 다시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시지프스는 영원히 되풀이되는 형벌을 받게 된 것이다. 세 자매 가족의 삶도 그 형국이라 볼 수 있다.

이미 상노인이 된 아버지의 생일날, 모처럼 온 가족이 식사 모임을 갖는다. 목사님을 모시고 식사 중에 막내 남동생의 돌발행동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그가 갑자기 목사님 밥그릇을 향해 오줌을 갈긴다.

자기중심적이며 실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그는 이미 시한폭탄을 마음에 품은 채 돌출행위를 서슴없이 한다. 어쩜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식사 장소가 갑자기 난장판이 되고 딸들은 아버지에게 그동안 말못하던 사과를 요구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묵묵무답인채 창가 쪽으로 가 스스로 유리창에 이마를 마구 부딪힌다.

시뻘건 이마의 피가 얼굴로 줄줄 흘러내린다. 이 가족 하나하나는 애정 결핍 증상에 시달리며 감정의 극한 상태까지 이르렀음을 상징한다.

세 자매들은 아닌 척, 잘하는 척, 술에 취하지 않은 척하며 가면 생활을 해 왔다. 그게 바로 이중성격 즉 페르소나가 아닐까. 페르소나란 그리스 어원의 가면을 나타내는 말로 외적 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말한다.

가식의 삶을 산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럽고 외로운가. 차라리 누군가에게 자신의 서러움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도움을 요청한다면 치유 받기도 쉽다. 사람들은 남의 불행에는 퍽 관대하다. 누군가는 동정해주고 위로하며 친절을 베푸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삶의 부적응자가 마음의 철문을 꽁꽁 걸어둔다면 닫힌 문을 열기는 힘들다. 그것이 한계다. 그들의 행동거지가 외계인이 아닌 평범한 바로 내 이웃, 그리고 나일 수도 있음을 상기하자.

누구나 사랑받고 마음을 자유롭게 펼치며 살길 원한다. 마음에 제동을 걸고 발목을 잡는 경우 그 원인이 무엇일까. 바로 억압된 주변 환경일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치유의 길을 모색할지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로 세계가 힘들어도 면역제를 개발해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로 대처해 나가듯 말이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다. 때문에 쉽게 깨지고 상처받곤 한다. 그것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자.

영화 '미나리'로 윤여정 씨가 2021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102년 한국 영화상 최초라고 한다. 국위 선양을 한 그녀가 정말 자랑스럽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아픈 가족사가 있다.

윤여정 씨와 조영남 씨 사이에는 2명의 아들이 있다.

이혼한 윤여정 씨가 힘든 상황에서 두 자녀를 양육해야 했다.

큰아들은 미국의 명문대 콜롬비아 대학을 졸업 후 미국 ABC뉴스팀에서 근무하다 힘이 들어 퇴사했다고 한다. 그후 본인이 원하는 패션업계에 종사한다.

둘째 아들은 애정결핍이 원인으로 틱(tic) 장애가 있었다. 틱이란 갑작스럽고 빠르며 반복적, 비율동적, 상동적인 움직임이나 소리를 말한다. 단순 운동 틱은 순간적인 눈 깜박임, 목 경련, 얼굴 찡그림이나 어깨 으쓱임 등으로 나타난다. 윤여정 씨가 틱 장애인 둘째 아들에게 너무 미안해 많이 울었다고 한다.

하지만 틱 장애를 극복하고 형처럼 명문대인 교육대를 나와 외국계 힙합 레코드 사에서 일한다. 그들은 모두 아픔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긍정 가족들이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우리는 두 가족을 비교해 보며 고난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를 상상할 수 있다.

애정 결핍이라는 질긴 고난의 끈을 과감하게 벗어버릴 때 그 울타리에서 자유로워지리라. 남녀가 가정을 이뤄 자식을 낳고 사회인이 될 때까지 기르고 보살핀다는 것은 하나의 꽃을 피우고 씨를 맺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좋은 부모란 아이에게 정신적인 지주가 되며 소통과 공감, 따스한 반응을 나누며 사랑의 버팀목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데 사랑과 배려의 자양분은 매우 크다.

부모의 재산과 학력의 여부가 아닌 신뢰와 관심, 따스한 사랑은 말할 나위조차 없다. 우리 모두에게 사랑이 아직도 필요한 이유다.
가금현 기자 ggh7000@hanmail.net
가금현 기자 입니다.
가금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