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훈은 가족 문화의 핵이다

김영희 교육에세이
가훈은 가족 문화의 핵이다
- CTN·교육타임즈 객원기자
  • 입력 : 2022. 08.29(월) 10:31
  • 가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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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CTN·교육타임즈 객원기자
[김영희 교육에세이/CTN] 우리 집 가훈은 '심은 대로 거두리다'다.

봄에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추수할 게 없듯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얻을 것도 없으리라.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교훈처럼 자기 할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게 목표다. 즉 자율과 홀로서기를 위한 여정이기도 하다.

큰아이가 대학교 4학년 말 때의 일이다.

"저 면접 보러 가요"
"아니, 근데 복장이 그게 뭐니?"
"어때서요?"
현관문을 나서며 내게 오히려 반문했다. 덥수룩한 머리에 청바지와 점퍼 차림으로 평소 그대로였다.

게다가 그간 취업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터였다. 사실 우리 부부는 은근히 걱정했다. 12월 취업철인데 취업에 전혀 신경 쓰지 않나 하는 우려가 들 정도였다. 게다가 다른 아이들의 취직 소리도 간간이 들려오던 때였다.

대개는 면접시험 대비 외모 관리에 신경들을 쓴다.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는 것은 기본이고 피부관리, 헤어스타일 등에 관심을 갖는다. 게다가 다 큰 자녀를 부모가 자동차로 태워 면접 고사장까지 데려다주곤 한다.

수능 시험 다음으로 큰일 중 하나가 취업이기에 부모는 그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놓이기 때문이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 녀석은 취업 준비를 비밀로 한 채 이미 10여 군데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아 놓은 상태였다. 자신의 관심 분야인 IT업계 게임 분야 쪽을 공략해 어느 직장으로 갈지 선택만 남았을 뿐이었다.

"나중에 짜잔하고 깜짝 놀래켜 드릴려고 그랬죠."
녀석은 '네 할 일'을 그렇게 실천하며 세상사는 방식을 나름 굳혀 나갔다.

어려서부터 공부하라는 말을 일부러 하지 않았다. 대신 '네 할 일'이라는 개념을 심어주었다. 네 할 일 속에는 여러 가지가 포함된다. 방 청소, 수업 준비물 챙기기, 목욕 등등이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는 습성이 자연스레 길러진 듯하다. 간섭과 꾸중을 하고 싶어도 참고 기다려 준 덕이 아닌가 싶다. 대신 잘한 일에 대해서는 일부러 찾아 칭찬과 격려로 대신했다. 그때 비로소 부모 자식 간의 신뢰가 쌓이기 시작한 듯하다.

'심은 대로 거두리라'에는 무엇이든 선택의 자유가 있고 그 결과는 자기 몫이며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몇 해 전부터 큰아이의 스마트폰 카톡 대문에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음을 발견했다.
"요즘 완전 행복"
아마도 취미와 적성과 직업이 같음을 표현한 게 아닐까. 게임 기획자의 삶이 고달픔도 크겠지만 나름 성취감도 높으리라. 유대인의 속담에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고 했듯 후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족 문화의 기틀을 세운 덕이 아닐까.

큰 아이와 작은 아이는 열 살 터울이다. 나이 차가 나면 대부분 형이 동생을 자기 맘대로 이끈다. 하지만 자기들이 하는 일에 전혀 터치하지 않고 지내는 게 신통했다. 형은 자기 대로 동생은 동생대로 따로 국밥처럼 행동하는 게 이해가 도통 안 갔다. 그걸 보며 참 자율을 차츰 깨달았다. 참 자율이란 스스로 하는 행위지만 타인에게도 강요나 간섭을 하지 않음에 가치가 있다.

어떤 사람의 성격은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부모의 태도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다시 말해 후천적으로 주어지는 환경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그 가운데 가훈이 주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게 바로 가족 문화가 된다. 때문에 가훈은 폼으로 걸어두는 간판이 아니라 부모가 합심하여 만들고 온 가족이 열심히 가꾸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부모는 최초의 선생님이자 마지막까지 교사가 아니던가.

가훈은 집안 어른이 그 자손에게 주는 가르침을 말한다. 가정교훈의 준말이다. 가정의 윤리 지침으로서 가족이 지켜야 할 도덕적인 덕목을 간단하게 표현한 것이다. 가정은 사회생활의 기본 바탕이 되는 곳이다.

자녀들이 사회를 보는 눈은 가정에서 형성된 가치관에 따라 길러진다. 가훈은 사회의 윤리관에 우선하는 것이며, 사회에서 기대할 수 없는 독특한 교육적 기능을 갖는다. 가훈은 대체로 수신제가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셈이다.

가훈이 일종의 가치로 가정에 필요하다면 회사에는 슬로건이 있다. 잘 알려진 것으로 구글의 ‘악마가 되지 말자’, 애플의 ‘다르게 생각하라’가 있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기업 경영에서도 '경청'을 강조했다.

이 회장의 딸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1979년 36세의 나이에 아버지 바람에 따라 현모양처의 꿈을 접고 신세계 경영에 뛰어들었다. 첫 출근날 이 회장은 딸에게 몇 가지 지침을 주었다.
"어린이의 말이라도 경청하라, 사람을 나무 기르듯 길러라"

이명희 회장은 신세계 사보에 기고한 글에서 "이 지침을 지금도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병철 회장은 특히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했다. 문제가 생기면 그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의견을 듣고 해결 방안을 찾았다. 현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자도 수시로 회장실로 불렀다. 현장의 의견이 어떤지 듣고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판단하는 가르침은 아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직접 나서 이래라 저래라 하기보다 큰 그림을 그려 놓고 귀 기울여 듣는 걸 좋아했다.

언론에 노출될 때도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핵심적인 말만 몇 마디 한다. 이 회장은 회의 때도 직원에게 "얘기해 봐라"고 한 다음 '왜'를 반복해 묻고 또 묻는다. 일본과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한 이 회장은 스스로 몰입하며 남의 말을 듣는 습관을 갖게 됐다고 한다.

가정에서도 훌륭한 기업 슬로건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가정은 작은 사회이며 풀뿌리 교육의 장이기 때문이다. 폭풍우를 만나 이리저리 흔들릴 때도 안전한 등대인 가훈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면 끄떡없으리라.
가금현 기자 ggh7000@hanmail.net
가금현 기자 입니다.
긍정적인 사고로 의리를 지키며 살고싶다.
술은 웃음소리가 밖에까지 들리도록 마셔라!
내가 그자리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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