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고속도로 화장실 청소

가재산의 삶의 이야기
한겨울의 고속도로 화장실 청소
- 가재산 2충1효문화연구원장
  • 입력 : 2021. 12.28(화) 18:39
  • 가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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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산 2충1효문화연구원장
[가재산의 삶의 이야기/CTN]내가 교육 관련 일을 시작한 지 30여 년 동안 잊지 못할 획기적인 교육 과정 하나가 기억난다.

고작 화장실을 청소하는 과정이었다. 그것도 지저분하기로 소문난 경부고속도로 공중화장실 청소였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신입사원들에게 맨손으로 화장실 청소를 직접 하게끔 하는 일은 누가 들어도 고개를 갸우뚱할 일이었다.

'화장실 청소'를 교육 과정의 하나로 잡은 것은 우연이었다.

삼성 비서실에 근무할 때 잠시 그룹 전체 교육기획을 맡은 일은 있었지만 실무를 직접 해본 것은 삼성생명 교육부서장으로 재직할 때가 처음이었다.

이건희 회장의 숙원 사업이었던 자동차 사업에 필요한 사람은 '오른팔이라도 잘라서 보내라'는 지시가 떨어졌을 즈음이었다.

나도 그 틈에 끼어 막 시작한 신규 조직에 교육 총괄 임원으로 합류했다.

막상 가보니 자동차에 대한 실무나 교육 경험이 전무한 나로서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오히려 이미 입사한 몇몇 경험자들한테 한 수 배워야 할 처지였다. 어쩔 수 없이 혼다자동차 종합 연수원장으로 정년 퇴임한 이와다씨를 고문으로 영입해서 자동차 판매와 정비교육에 대한 자문을 받게 되었다.

'삼성이 만들면 다릅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삼성 자동차는 선발주자인 현대나 대우와 차별화를 위해 기존의 경력사원들을 뽑는 것이 아니라 신입사원 중심으로 사람을 채용했다.

기존사원들은 이미 그 회사 문화에 젖어들어 있기에 완전히 처음부터 새로 교육하는 방식을 택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짜기 위해서는 자동차 선진국인 일본의 교육시스템을 벤치마킹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중의 하나가 화장실 청소였다.

이와다 고문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 부품 회사인 '옐로우햇'에서는 화장실 청소를 통해 직원 교육을 확실하게 시키고 있다고 그 교육을 추천했다.

나는 '옐로우햇'의 교육 내용을 검토하기 위해 직원과 함께 일본 출장을 떠났다.

창업자 가야마 회장이 직접 시범을 보였다. 매일 아침 맨손으로 화장실 청소를 하는 내용부터 소개했는데 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처음에는 '화장실 청소가 무슨 직원들 교육에 효과가 있을까?'라고 의아해 했는데 들으면 들을 수록 교육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것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3개월 후 그 회사 교육 담당 상무를 서울로 초청해서 임원 특강부터 시작했다.

간부들과 전 사원을 대상으로 확대하여 차례로 전체 교육을 다 마치고 본사부터 직접 실습하기로 했다.

우선 화장실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들을 잠시 쉬도록 하고 임원들이 화장실 청소를 먼저 솔선하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제일 먼저 시범적으로 대표이사부터 시작했다. 대표이사가 앞장서니 임원들은 불평 불만조차 하지 못하고 잘 따라주었다.

이후에는 부장직급부터 과장 순으로 당번을 정해 계속 화장실 청소를 배운 대로 직접 해보도록 했다.

본사 화장실이 놀라보게 달라졌다. 그동안 아주머니가 아무리 청소해도 금방 지저분해지던 화장실이 여러 번 청소하지 않아도 늘 깨끗했고, 세면대에는 물 한 방울도 튀지 않을 정도로 청결했다.

그 다음으로 신입사원 입문 교육 과정에 도입하기로 했다. 교육 인원이 차수별로 100여 명으로 많았기 때문에 한꺼번에 실습 할 수 있는 큰 화장실이 필요했다.

마침 경부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이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중화장실이 대부분 다 그렇듯이 지저분하기 짝이 없고 제대로 닦지 않아서 밑바닥에는 시커먼 때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그런 더러운 변기를 장갑을 끼지 않은 채 맨손으로 윤기 날 때까지 닦는 것이 교육의 전부였다.

마침 추운 겨울철이라서 기온이 영하 이하로 떨어진데다 찬바람까지 쌩쌩 불던 한겨울 새벽 4시에 신입사원들의 잠을 깨워 버스에 태워 이동했다.

버스에 탄 그들은 다들 잠이 덜 깬 상태로 불만이 가득 찬 얼굴 표정이었다. 자기 집에서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화장실 청소를 꼭두새벽에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처음에는 억지로 시킬 수밖에 없어서 팀장인 내가 일일이 합격을 할 때까지 윤기 나게 닦은 뒤 최종 검사에 통과해야 작업이 종료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불만 가득했던 얼굴 표정이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냄새나고 더러웠던 공중화장실을 자기들이 번들 번들 빛나게 청소했다는 사실에 어느 정도 흡족해 하는 눈치였다.

신입사원 연수는 차수별로 한 달 과정이었다. 대부분 교육이 다 그렇듯이 연수를 마칠 때에는 과정 평가를 실시한다. 나는 더러운 화장실을 청소시킨 교육이 일본에서나 통하지 한국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그 성과에 대해서 상당히 관심이 가면서도 장담할 수가 없었다. 일본에서는 화장실 청소가 개개인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회사 문화까지 바꿨다고 하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해보는 시도라서 누구도 그 평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그 염려는 완전히 기우였다. 전체 입문 교육 과정 평가에서 당당히 일등을 했다. 정말 모두가 깜짝 놀랐다. 회사가 강제적으로 시킨 화장실 청소가 일등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뿐 아니라 억지로 그 일을 시킨 나한테 도리어 비난이 쏟아질 것으로 은근히 걱정도 했다.

일본에서는 화장실이 청결이나 위생의 기준이 된다. 집안에서는 물론 식당이나 회사에 이르기까지 청결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위생 환경의 선진화를 위해 음식점 위생을 평가할 때도 화장실 청결도를 가장 높게 평가했다고 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산간벽지 시골 어디를 가더라도 놀랄 정도로 화장실은 깨끗하며 세면대 위에 꽃 한 송이 정도 꼽혀 있는 것은 기본이다.

4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화장실 청결 수준은 형편없었고, 겨우 재래식에서 양변기로 대체되는 과정에 있었다.

다행히 88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세계에서 가장 청결하다는 일본의 화장실 문화를 배워 화장실도 깨끗하게 개량되었고 청결도가 높아져 지금은 세계에서도 내노라 할 정도의 화장실 문화가 정착되었다.

'엘로우햇'의 가야마 창업주는 50년간 맨손으로 화장실 청소를 지금껏 지속하고 있다.

자전거 한 대로 영업을 시작한 그 회사는 현재 연 매출 1조 원에다 480개 점포를 가지고 있으며 상장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회사의 화장실 청소 운동은 일본 전역으로 퍼져 기업경영인들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어 동참자 10만 명을 넘어 다른 나라로 확산되고 있다.

청소는 단지 더러운 것을 치우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마음과 주변을 변화시켜 마침내 인생을 바꾸는 강렬한 힘을 발휘한다.

가정에서든 회사에서든 먼저 허리를 굽혀 더러운 곳을 닦아낸다는 희생과 솔선수범 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이 회복해야 할 정신이다.

엘로우햇 은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고 직원들이 의욕을 잃어갈 때 처음 시작한 청소가 직원들 개개인의 성품을 바꾸고 고객과 거래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으며 주변 마을까지 변화 시켰다. 분명 청소는 사람을 근본부터 바꾸는 힘이 있다는 '청소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신입사원들에게 화장실 청소를 시킨 교육이 일본처럼 우리나라에 좀 더 확산시키지 못한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왜냐하면 삼성 자동차가 빅딜로 해체되면서 그 교육은 맥이 끊어져버렸기 때문이었다.

경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최강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 가야마 노보루 사장의 '화장실 청소가 사람과 회사를 바꾸는 힘이 있다'는 청소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에 자신의 마음도 닮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가금현 기자 ggh7000@hanmail.net
가금현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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